2009년 3월 24일 화요일

개성공단 딜렘머

북한당국은 남측 근로자들의 개성공단 입출을 위한 규제를 풀었다 막았다 마음대로 하고 있다. 한미 간의 ‘키 리졸브’ 군사훈련을 구실로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남한으로의 입출을 마음대로 제한하고 있다. 3월 10일 이후 북한당국은 공단에서 일하는 사람의 남한귀향을 막기도 하고 남쪽에서 공단으로 입북하려는 인력이나 장비를 불허하기도 한다. 때로는 인원의 수를 제한하기도 하고 전부를 막기도 하는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식의 행동’을 하고 있다. 남북한간의 개성공단 사업에 관한 협정 등이나 국제적인 관행은 처음부터 북한당국의 안중에는 없는 모양새이다.

지난달에는 북한에 머무르고 있는 남측 인사들의 수를 일방적으로 대폭 줄였다. 줄이는 수나 북한을 떠나는 인사들의 출국시기도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이었다. 3월 6일 북한당국은 민항기의 북한영공통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해서 한국비행기의 미주노선 항로를 일본 쪽으로 바꾸게 하였다. 북한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중재로 1997년 10월 민항기의 비행정보구역(FIR) 통과를 허용하는 협정에 가입하였다. 그 이후 수많은 민항기들이 이 지역통행을 하고 있었다. 이것을 키 리졸브를 구실로 북한당국은 민항기의 출입에 안전보장을 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였다.

한편 정보당국의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포착 발표가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자 3월 들어 북한은 이 발표를 인정하면서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이고 이것은 북한 자주(自主)에 속하는 일이라고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래도 세계여론이 나빠지고 북한의 위성발사시험은 유엔 안보리결의 1718호를 정면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을 받게 되자, 북한당국은 이례적으로 이 위성의 발사시기가 4월 3일에서 8일 사이가 될 것이고 탄도의 비행괴도에 대한 정보를 국제기구에 사전 제공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미국의 정보당국자가 이 발사물체가 미사일보다는 위성일 것이라는 북한당국의 발표가 맞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발사물체의 중요성보다는 운반체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미국의 안전을 위하여 인정할 수 없고 유엔 안보리 규정 1718호에 정면 위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얼핏 북한의 자주권을 내세워 평화적인 인공위성 시험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 비슷한 이 발언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한편 미국의 연합사령관이나 태평양지역함대사령관의 의회증언은 미사일에 무게를 맞추어 요격 등 제반준비에 만전을 기한다고 하고 있고 한국의 국방당국도 미사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번 북한의 발사시험에 대한 이해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미사일이던 위성이던 북한이 이 시점에서 장거리 발사체 시험을 하는 것은 자기들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한국정부나 오바마 미국정부에게 자기 존재를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임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도에서 북한당국은 ‘내가 힘이 있고 그것은 너희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멧세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18일 미 국무부의 발표에 의하면 북한당국은 미국의 인도적 식량지원을 느닷없이 받지 않겠다고 통보하였다고 한다. 세상에 국민은 굶어죽고 있는데 작년 6월 이후 50만톤에 달하는 엄청난 미국의 식량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그것도 거두절미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피 원조기관이 원조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 이후 언론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식량지원 프로세스는 계속되고 있다고 하다가 다시 북한에 머무르는 원조기관의 사람들이 모두 철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니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린다. 다만 전후 사정을 헤아려 본다면 북한당국은 미사일시험 발사와 연관하여 미국정부의 신경을 긁어보자는 속셈 같은 것이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키 리졸브가 끝이 나는 3월 20일 즈음하여 북한당국은 북한 국경에서 북한 인권상황을 취재하던 미국의 CNN 소속 여기자 2명을 억류 조치하였다. 이 것이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연관이 있는 것인지 독립된 사항인지는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미국을 더 나아가 한국까지 포함하여 신경을 자극하는 사건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이러한 북한당국의 최근 좌충우돌과 같은 행위는 종잡을 수가 없고 다음은 어떻게 될지 어림잡을 수가 없다. 북한당국은 또 3월 21일 남북간의 군사통신을 다시 열고 개성공단의 출입을 자유화한다고 발표하였다. 남한당국으로서는 이런 북한행동이 애들 장난 같기도 하고, 화나는 것으로 해서는 당장 모든 경제적 관계를 때려 치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북한당국이 의도하는 바일 것이다.

사안이 이런대도 남한에 있는 소위 진보그룹이라는 사람들은 오늘의 이 혼란의 책임을 한국정부의 대북한정책의 경직성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이런 턱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인사들의 사고(思考)세계를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개성공단의 남측 인력을 억류하다시피 하고 있는 북한당국의 이 처사를 원인 제공자가 한국정부라고 호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대한민국 국민일 수가 있는가 묻고 싶다.

옛날 서독이 통일을 위하여 동독에 하였던 여러 가지 협력사업 추진 등 사전노력을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국제법이나 국제적 관례가 어느 정도 지켜지는 정권이나 나라와의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 그동안의 여러 복잡한 북한당국의 비 국제법적인 행동을 차치하고 이번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한의 인력 억류를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이야 말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오늘의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을 현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찾고자 할 것이 아니라 오늘 이런 사업을 대책 없이 만들어 놓은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무책임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국제법, 국제관례 그리고 자국의 법률로 보장된 개성공단 관리를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 해대고 있는 북한당국을 어떻게 믿고 이런 무지막지한 사업을 벌였는지 김대중대통령이 먼저 답변해야 한다. 그는 지금도 북한당국에 유화적인 협조를 하지 않는 이명박정부의 정책을 기회 있을 때 마다 들먹이고 있다. 그런 인사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위하는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하였었는지 스스로가 부끄럽고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자 그러나 현실은 옛날을 회고만하고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국방부의 발표대로 언제 다시 억류될지 모르는 개성공단 인력에 대한 안전대책이 제일 우선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다음 대책은 과연 앞으로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해야 하느냐하는 문제이다. 가장 간단한 대답은 2조원에 해당하는 투자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것일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남측 투자자의 문제가 복잡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에 수반하는 북한당국의 말도 안 되는 억지와 공갈협박이 함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한국정부로서는 의연하고 결연한 자세로 북한당국과 협의해야 하는데 이때 남한에 머물면서 북한지원에 안달하고 있는 그 알량한 ‘진보인사’들의 태도가 골치 아플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북한과 타협적인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그대로 차일피일 밀고 간다면 나중에 돌아서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은 자명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남한당국의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개성공단의 제2차 사업은 물론 착수하지 말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도 그 규모와 인력을 축소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시간은 한국편일 것이다. 북한당국으로서 시간이 갈수록 아쉬워지는 것은 이 사업에서 얻어지는 직접간접의 수익일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또 다른 경제협력사업을 북한과 추진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대한민국이 갖는 것이 올바른 협력의 길이고 장기적인 남북한 통일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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