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제위기 타개대책으로 미국이 펴고 있는 통화의 대량살포가 달러가치의 하락을 일으키고 수퍼 인플레이션과 함께 종국에는 달러가치가 붕괴될 것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측면에서 본 미국통화의 전망이다. 그러나 리먼사태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이러한 수요공급 이론에 입각한 경제원론적인 전망은 달러의 강세와 함께 분석적인 설득력을 잃었다. 최근 오히려 미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소위 ‘헬리콥터 머니’라고 별명이 붙을 정도로 돈을 마구 뿌려대고 있다.
그러자 세계는 이거 이러다가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함께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가치가 붕괴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장 저우샤오찬(周小川)은 3월 23일 ‘달러기축통화 폐기론’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제의에 대하여 미국은 당연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와 기구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 함께 달러의 기축통화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였던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동조가 일어나고 있다.
더 의미 있는 반응은 IMF와 유엔에서 나왔다. 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Strauss-kahn) 총재는 3월 25일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달러화를 대체할 준비통화에 대한 논의는 절대적으로 정당하다(absolutely legitimate)’하며 ‘그런 논의가 앞으로 수개월 뒤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유엔의 금융 . 경제개혁자문단은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달러화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세계지도자들이 합의할 것을 촉구하였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기축통화(basic currency)는 금본위제 하에서는 금과 교환성이 보장되고 타국통화에 대한 평가지표가 될 뿐 아니라 대외준비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는 통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본위제도가 실시 되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금과의 태환성은 사라지고 다만 대외준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기축통화는 영국의 파운드화가 중심이 되었으나 1918년 이후 영국의 파운드와 함께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기능을 하여 왔었다. 그러나 제2차대전을 지나면서 영국의 파운드화는 금 태환기능이 정지하게 되었고, 전후 복구과정에서 파운드는 종래 미국달러에 4대 1의 비율에서 1949년 2.8대 1로 평가절하 되면서 파운드화의 기축통화기능이 상실되었다. 1950년 미국의 달러는 세계통화체제에서 사실상 유일한 기축통화로 자리 잡게 되고 이렇게 브레튼우드 체제하에서 ‘금환본위제(gold-dollar standard)'가 탄생되었다.
이러한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이 60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시비를 걸고 있는데 대하여 미국은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그것도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위상이 현저하게 향상된 21세기에 들어와 미국경제는 극단적으로 미국을 제외한 세계경제를 다 합쳐도 미국과 맞먹는 상황이 되었는데 어느 날 미국의 자존심인 금융시장에서 탈이 나기 시작하여 실물경제에 이르기까지 걷잡을 수 없게 번지고 있고, 이는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어 더는 달러가 피난처로서의 기능을 할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되었다. 거기다가 2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국채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 딴죽을 걸고 나오자 미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이 되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오는 4월 2일 런던에서 개최예정인 G-20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달러의 기축통화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축통화 논의와 관련하여 한국의 대응전략은 어떻게 하는 것이 정치 경제적으로 국익이 될까하는 것이 된다. 이번 G-20회의의 뒤에서는 불란서 독일 영국 등 EU국가들과 미국과의 헤게모니쟁탈이 예상된다. 거기에 중국이 끼어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미국의 입장에서 일탈할 가능성이 적다. 한국은 의장국의 일환으로 기능을 하게 되어 있어서 다른 때보다 하기에 따라서는 표 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이명박대통령의 국제관계에 대한 심오한 지도력에 아직 신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뜬금없는 아시아 코커스를 들고 나온 일이라던가, 뉴욕타임스인가에 한국의 위기극복사례을 따르라는 자랑을 하는 기고를 하였다는 말을 듣고 한국대통령에 대하여 나는 쓸데없이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허장성세라고 표현하면 대통령에 대한 실례(失禮)가 되겠지만 좀더 신중하고 자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런던회의에서 우리가 공연히 기축통화 논의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차제에 2004년 한 중 일 3국이 합의한 공동통화(common currency)연구를 활성화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일본과 중국과 통화 스왑을 한 상황이니 이를 더욱 발전시켜 공동통화를 실현하는 구체적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의 정부 간섭적인 통화정책이 당장의 어려움이 되겠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연구하여 아시아 전역보다는 한 중 일 3국이 우선 공동통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EU의 발전과정을 타산지석으로 하여 추진한다면 여러 상황이 무르익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정부의 대응전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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