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9일 화요일

여중재 방담

오늘이 2011년 3월 29일이다. 새 해가 시작된지 꼭 석달을 글 한꼭지 쓰지 못하고, 나중에는 자괴감에 여중재노변정담을 방문하는 것도 애써 피하면서 90여일을 보내고 말았다. 연초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또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내 의견을 피력하고픈 충동도 많았지만 애써 억누르며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글피면 4월 초 하루가 시작된다. 유난히 추웠고 3월 말인데도 걸듯하면 함박눈이 쏟아지는 기상이변도 이제는 창밖을 두드리는 봄의 소리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물러가는 모양이다. 하루 최고 기온이 15도를 넘나드는 일기예보가 나오고 있다. 사람이 속이 차지 못하고 나이만 먹다보니 왜 그렇게 추운지 모르겠다. 허함과 부실함이 함께하는 칠십 나이가 나를 점점 자신 없게 하는가 보다. 이제 겨우 남의 부족함을 보기에 앞서 나의 부족이 더 잘 보이고 비로서 크게 겸손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제의 턱 없는 오만과 과신이 오늘 얼마나 나를 부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 3개월 동안 개인적으로 내 평생에 제일 큰 일을 겪었다. 아버지께서 타계하셨다. 95년을 오직 가족을 위하고, 부족한 나의 뒷바라지를 하신 아버지다. 어려서는 무섭기만하고 엄격하기만 하셨던 아버지다. 할아버지의 자애로움 속에 보살핌을 받아온 나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며 돈도 벌고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여유도 있어 보였지만 언제나 당신을 위하여는 쌀 한톨을 아끼시는 그런 근검을 보면서 나는 자랐다.

그렇게 해서 재산을 남기시고, 심지어 당신 돌아가실 때까지 모든 경제적인 뒷밭침을 손수 준비하시고, 오히려 남기시고 돌아가신 아버지이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면서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조문객을 맞으면서도 나는 이 모든 경비까지 아버지가 남기고 가셨음을 생각하면서 나의 부족함과 불효가 가슴 저며 울었다. 심지어 닥아올 구정(舊正)에, 주말에 큰 일을 치르며 생기는 불편을 자식들에게 주지않으시려고 구정 한주일 전, 월요일을 택하여 아버지는 어머니와 온 가족이 함께한 가운데 조용하게 하나님 곁으로 가셨다. 정말 용의주도하신 아버지의 준비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께서 손수 마련하여 준비하여 두신 산소에 다니면서 나는 비로서 큰 외로움을 느낀다. 아직도 아버지 잃은 현실이 잘 실감은 안 나지만 아버지의 크신 그림자를 잡으려고 애쓰는 자신의 부족함을 실감한다. 정말 나는 훌륭한 아버지를 뫼신 행운아다. 나는 내 자식에게 이런 큰 사랑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 앞에 오늘을 본다. 지금 우리 주변은 너무나 어지럽다. 일본 센다이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가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일의 해결 실마리보다는 한반도의 동 서에서 조차 방사능 관련 오염인자들의 발견뉴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건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 없을 것이라던 한국정부의 발표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별것은 아니려니 해도 깔끔한 믿음은 생기지 않는다. 심지어 중국의 원자력발전소가 잘 못될 때 입게 될 한반도의 피해 상상이 오늘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그리고 예멘 시리아로 것잡을 수 없이 번지는 중동의 소위 쟈스민 봉기는 세계를 불안하게 한다. 카다피가 실각하고 예멘 시리아 바레인등의 민중봉기가 어떤 결론을 잡아갈지 아무도 모른다. 사건의 수습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150불대로 치솟고, 연이어 포르트칼등 재정불안이 파국으로 치닫을 경우 세계경제는 큰 파동을 겪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도 이런 파고 앞에 불안하기만 하다.

한편 국내 정치의 안개속 향배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천안함사건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가능성은 그 기미를 찾기 힘들다. 남북관계의 경색을 풀을 기미가 안보인다. 김정일 김정은의 북한체제는 불안하다. 언제 망가질지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칼을 빼들고 달려들지 우리는 모른다. 아직도 그런 북한을 못 잊는 종북세력은 남한에 즐비하다. 당장의 지방자치단체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내년의 국회의원선거, 연이은 대통령선거 등 정치행사가 줄을 있고 있다.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정부의 퍼퓰리즘은 보수를 짜증나게 한다. 무엇 하나 오늘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이 없다.이것이 2011년 봄 한국의 국내외환경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야 결말이 있게 마련이다. 다 좋은 쪽으로 해결되겠지 하는 낙관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직 한국은 국운 융성기에 있다고 믿고 또 믿고 살아가자. 우리는 이미 선진대열에 들어섰음을 확신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한국은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