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0일 토요일

신자본주의(new capitalism)는 가능한가?

1. 문제의 제기

새해 벽두 그러니까 1월 8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주제의 회의가 있었다고 언론(1월 9일자 연합뉴스)은 전한다. 그 자리에서 불란서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독일 앙겔라 메르겔 총리는 새로운 금융질서의 구축을 강조하였다 한다.

오는 4월 런던에서 개최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G20정상회의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제안으로 열린 이 회의에서 메르켈 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주의를 규제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유엔에 각국정부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사한 경제기구의 창설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메르켈은 이어서 미국의 재정적자와 중국의 경상수지흑자가 세계경제를 혼란케 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우리가 금융시장만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해한다면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고 언론은 전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투기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금융자본주의는 자본주의 논리를 왜곡하는 ‘부도덕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하면서 신자본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고 한다. 그는 주장하기를 ‘금융자본주의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노동과 생산력 및 기업가정신을 퇴색시키는 시스템’이라면서 21세기 자본주의에는 ‘정부가 나설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한편 이번 회의를 사르코지와 함께 이끌고 있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다른 가치에 기반을 두는 새로운 금융질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한다.

작년 11월 워싱턴에서 처음 열린 G20정상회의가 두 번째로 오는 4월 런던에서 개최될 것에 대한 사전 준비 성격의 이번회의에서 미국 중심의 브렛튼우드체제를 비판하고 기선을 잡고자하는 회의의 성격을 가지고 ‘신자본주의 질서’를 주창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들은 학문적 측면에서는 시시비비가 가능하지만 현실 국제정치 역학구도 하에서 어떤 변화를 모색할 것인지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로 등장하게 된다. 따라서 냉전이후의 자본주의 변천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보면서 새로운 질서로서의 신자본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하여 보고자 한다.

2. 역사의 종언

1992년 당시 조지 메이슨대 교수였던 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명저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을 발간하면서 더 이상 자본주의를 덮을 이념은 존재할 수 없다는 평가를 한바있다. 이를 통하여 구소련의 몰락 이후 더 이상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바탕을 둔 세계질서는 사라지고 자본주의가 세계질서의 중심이 되었다고 일반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승리가 자본주의의 이념이나 체제의 우월성에서 왔느냐 하는 논란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렇지가 않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의 모순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본주의 체제 우월성이 나타났다고 이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연유가 무엇에서 왔건 20세기 말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는 세계질서에 있어서 우월한 가치로 이해되고 세계의 부가 이 자본주의에 바탕을 두어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초강경국가(super power) 지위가 자본주의 기본에 철저하게 기반을 둔 신자유주의(new liberalism)에 토대를 두고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자본주의 역사 속에 오랫동안 함께 발전을 구가하던 유럽 국가들은 차츰 자기들 국가와 미국과의 격차가 점점 확대되어 이제 다시 따라잡기 어렵게 되자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비판하고 그와 다른 자본주의 즉 경쟁과 경쟁실패자에 대한 보호의 두 가치를 동시에 중요시하는 자본주의를 들고 일어남으로써 자기들의 상대적 낙후를 위안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다시 일기 시작하였다.

3. 제 3의 길

마아가렛 대쳐 영국수상이 일구어낸 10여 년 동안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제부흥은 영국은 물론 세계가 인정하는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흥 뒤의 그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빈부격차, 사회적 차별, 가족파괴,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1990년대 후반 토니블레어의 노동당 집권과정에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재빠르게 정리하여 출간한 책이 1998년 사회학자 Anthony Giddens의 '제3의 길(The third way)'이다.

기든스는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뛰어 넘는 가치를 찾는다는 점에서 제3의 길을 주창하였다. 기든스는 상호의존과 협력에 입각한 범세계화를 통한 세계적 민족주의를 달성하자고 한다. 그래서 안정과, 균형, 번영이 함께하는 지구촌을 실현한다는 것이 기든스의 제3의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제3의 길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혼합하여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경제적으로는 무제한적 자유방임의 경제운영에서 국가가 개입하는 제한적 자본주의를 주장한다. 또한 복지개념 도입으로 빈부격차를 해소하기위하여 부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미래사회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준비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든스의 제3의 길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운영의 이론적 지주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비판 인식을 가지고 있는 많은 지식인 그리고 이와 연관된 정부에서 선호의 대상이 되었고 심지어 한국의 노무현 정부의 고위인사들도 마치 이 길이 현대 국가운영에 무슨 큰 해결 이념인양 들고 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제3의 길과 같은 논리는 학문적으로 평가의 대상이 될지언정 신자유주의에 입각하여 세계의 초강대국이 된 즉 미국을 제외한 G20의 모든 나라 경제규모가 미국 한나라에 겨우 비슷한 현실 앞에 별로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하였다.

4. 역사의 회귀와 꿈의 종언(The return of history and the end of dream)

2003년 미국의 이락크 침공을 앞두고 미국의 네오콘 논객 로버트 케이건(Robert Kagan) 카네기국제평화재단 교수는 ‘Of Paradise and Power’라는 저서에서 유럽인 들의 현실 안주와 이와 대칭되는 미국의 수퍼 파워로서의 기능을 논하였다. 그는 새로운 현대후기유럽질서(new post modern european order)를 ‘역사 이후의 천국(post historical paradise)’으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자체 국방능력을 상실한 채 모든 방위능력을 미국이라는 수퍼 파워에 의존하고 나약한 경제적 안일 만을 추구하는 지역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연합국의 이름으로 코소보 침공 시 유럽국가 들은 군사작전능력을 상실한 채 모든 작전을 미국의 작전과 지시에 따랐음을 꼬집고 있다.

이런 케이건의 분석에 영향을 받았는지 후쿠야마는 2006년 ‘기로에 선 미국(America at the cross roads)’를 집필하여 그 자신 주장하였던 역사의 종언을 다시 종언하기 시작하였다. 9.11테러를 맞고 이라크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미국을 보는 그의 눈이 변화되기 시작한 것인가? 그러던 후쿠야마는 작년 하반기 미국의 금융대란을 보면서 어느 기고문에서 ‘신자유주의의 종언(The Fall of America)’을 들고 나왔다.

2008년 케이건은 드디어 ‘역사의 종언’에 대칭되는 ‘역사의 회귀와 꿈의 종언’이라는 저서를 발간하였다. 그는 세계의 흐름을 수퍼 파워인 미국과 함께 강대국 즉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일본과 인도 들이 존재하게 되고 유럽을 포함한 나머지 세계로 구분하면서 이런 세계질서 속에 미국은 여전히 수퍼 파워로서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 입각하여 미국은 세계를 ‘민주주의 축과 전제주의의 연합(axis of democracy and association of autocrats)'으로 2분화고 적과 동지의 개념으로 세계를 운영하고자 한다고 분석한다.

수퍼 파워로서 미국은 이런 흐름 속에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획일주의(unilateralism) 적 사고가 세계질서 정돈에 어려움을 가져오게 한다. 적과 동지의 2분법적 사고를 토대로 국제문제 해결에 협의보다는 힘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사용하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유럽국가 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유엔 등 국제기구를 신뢰하기 보다는 자국 주권에 보다 집착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질서의 새로운 모색에 있어서 국제기구를 통한 통합적 협력체제의 구축보다는 자국 주권에 보다 우선순위를 두는 특성을 미국은 가지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5. 지금 누가 미국과 경쟁할 수 있나?

한편 이러한 특성과 문제를 가진 수퍼 파워 미국에 대하여 당장 경쟁할 수 있는 강대국이 보이지 않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단일국가는 물론이고, 강대국들이 서로 연합하여 미국의 힘에 대항할 수 있는 그런 형편도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윌리암 번스타인(William Bernstein)등 역사학자들의 분석이다.

6. 신자유주의는 괴멸되는가?

2008년 10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부도처리된 것을 전환점으로 하여 그동안 세계는 금융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그 위험의 정도와 한계 그리고 시기를 모르는 세계경제는 금융부문을 넘어 실물경제의 침체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래서 세계경제는 ‘R(recession)의 공포’라는 말이 나오더니 작년 말에는 ‘D(depression)의 공포’로 변화되고 그 공포는 연말 연시를 기하여 이제 'D의 트랩(depression trap)'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급박해지자 미국을 비롯한 각국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금융의 모든 조치들을 앞 다투며 취하여 가고 있다. 지난 해 12월 미국의 부시대통령 주선으로 G7이 아닌 G20정상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려 세계적 경기침체 해결방안을 모색하였다. 물론 이런 정상회의에서 큰 의미 있는 회의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특히 임기 말을 앞둔 미국의 부시대통령의 지도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금년 4월에 2차 회의를 런던에서 개최할 것을 결정하고 막을 내렸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같이 불은 미국에서 일어났는데 왜 우리 모두가 이렇게 황당하게 당해야하는가 하는 불만을 내심 갖게 되어 있다.

안 그래도 수퍼 파워인 미국의 경제적 독주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오늘의 문제발단의 근본원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비판하고 나섰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발단 된 주택채권은 파생금융상품으로 변화되면서 세계각지로 흘러들어가게 되었고, 그래서 그 원산지인 미국에서 채권시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동시에 걷잡을 수 없게 불길이 번져나가게 되었다 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금융규제가 느슨하여 이런 일이 일어났고 그 배경에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제운영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고, 또 그 책임이 있다고 하고 싶은 것이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마음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메르겔처럼 미국 중심의 브레튼우드 체제를 차제에 재검토하여 유엔 등 제3기관으로 변화시킬 것을 제의하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문제를 안전보장이사회와 같은 위상의 수퍼 기구로 유엔에 설치한다는 것도 그리 용이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구운영의 기본인 자본을 비롯한 지분을 국력을 전제로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경제기구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IMF나 국제기구들은 국력에 비례하여 돈도 대고 운영에 결정권을 행사하게 되어 있다. 현재의 국제기구 참여 지분들은 물론 2차대전 후의 상황이 일차 반영된 것이므로 그동안 빠른 발전을 한 한국과 같은 나라는 현재의 국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였다는 불만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처럼 회원국들이 동일한 투표권을 갖는 기구를 만드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정부의 구제조치나 미국 기업에 대한 평가 등에 있어서 IMF나 신용평가기관들의 자기편의적 평가를 내놓고 있는 2중 잣대적 행위에 대하여 비난 받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한국정부에서 IMF와 오랫동안 정책평가를 협의하였고 1985년 이전에는 매년 대기성차관을 한국정부가 하였는데 그것을 실무 책임졌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번 IMF나 미국정부의 2중 잣대는 비난받아야 한다고 평가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르코지 말처럼 금융기능을 부익부 빈익빈으로 매도하고 재정이 그 완충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다. 기든스의 제3의 길을 연상시키는 그의 재정개입 논의는 다른 면에서는 재정을 파탄시킬 수 있고 응급처리는 몰라도 그것을 제도화했을 때 복지재정의 어려움에 처한 오늘날 유럽국가 들을 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괴멸될 것인가? 아니다 라고 필자는 평가한다. 이론적인 면에서도 물론 금융감독기능의 강화 등 보완의 여지는 있지만 시장의 힘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는 계속될 것이다. 제3의 길이나 정부 중심적 경제운영 방식을 쳐다보기에는 현대 경제운영은 너무 복잡하고 연결된 다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또 힘의 논리로 보더라도 현재의 미국경제의 덩치에 대항할 단일국가나 국가연합도 기대할 수 없다는 번스타인의 분석이 맞는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미국의 신자유주의의 괴멸을 기대하기보다는 경제적 측면의 다극화를 모색하는 하나의 계기가 이번 세계적 경기침체기에 국제간의 협력을 통하여 태생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물론 미국의 양보나 새로운 국제질서의 전략이 전제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리 실현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신자본주의는 태생되는가? 아니다가 필자의 답이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은 살아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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