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6일 금요일

한심한 국정운영의 표상: 한전의 정전사태

2011년 9월 15일 오후 3시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정전에 익숙하지 못한 모든 사람은 이거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아닌가, 심지어 전쟁이 난 것 아닌가 이렇게 걱정하였다 한다. 연이어 나오는 KBS 보도는 우리나라의 전력예비율이 어떻고, 심지어 어저께 오후 기대된 예비전력이 얼마인데 그것이 얼마로 내려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을 상대로 공평하게 30분식 순환정전을 실시하였다고 친절이 설명한다.

한국의 국영방송사이고 재난방송사이면 우선 정전의 경위보다는 지금 국민이 어떻게 재난에 대처해야 하는지를 계도했어야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어저께 KBS는 그저 정전의 불가피성을 한전의 대변인처럼 읊어대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멍하니 영문을 몰라 정신나간 국민들은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6.25전쟁과 그 직후 우리는 걸듯하면 정전되는 그것도 밤 몇 시부터는 전기가 아예 나가는 어려운 시절을 살았다.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는 정전이라는 상황에 전연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공기가 없는 상황을, 물이 없는 상황을 상상하기 힘들듯이 전기가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힘들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닥아왔다.

잠시 후 방송들은 정전 중에 일어났던 위기상황을 실감나게 방송하기 시작하였다. 병원, 은행의 업무가 마비되고 양식장과 음식점 물고기가 떼죽음을 하고, 신호등이 끊겨 교통이 뒤엉키는 영상이 보도된다. 캄캄한 승강기에서 구조되는 아주머니의 분통터지는 장면이 방송되고, 더 이어서 수술중인 긴급환자의 수술 중단에 따른 치명적인 사태를 상정하며 보도한다. 이런 상황은 후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옛날에는 일상이 이렇게 전기와 이렇게 촘촘히 짜여 돌아가지는 않았다. 또 정전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대비가 자연스럽게 준비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생활구조가 전기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어 있다. 전기없이 돌아가는 것은 없다. 그런 전기가 사전에 아무런 예고나 홍보가 없이 나가버렸다. 그것도 한번 경험해 보아라는 듯이 전국을 돌며 공평하게(?) 30분식 정전을 했다고 한다. 이런 순환정전이 한전이 가지고 있는 비상매뉴얼의 전부인 모양이다. 사전통보나 위기대처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던 모양이다. 미리 연락만 되어도 얼마던지 대비를 했을 텐데. 첫번 정전은 경황중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면 다음 부터는 지역별로 왜 알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정전이 절대 되어서는 안되는 병원 은행 양식장등은 왜 제외시킬 수 없었을까? 우리같은 상식인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전의 업무태도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설명대로 발전소의 점검을 위한 작동정지를 일시에 그렇게 많은 양을 하는 전력회사가 어데 있을까?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그것 정도는 알텐데 이 일을 책임지는 전문가 집단이 그것도 몰랐다고 할 수 있나? 더구나 금년은 늦더위가 있을 것을 누구나 예상하고, 일기예보가 되고 있는데 무작정 전력생산을 중단하고 점검을 실시한다? 이게 말이 되나? 그거 한 삼십분 정전되어도 잠시 불편을 참고 가면 될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다면 그런 사람은 책임질 자리에 있을 자격이 처음부터 없는 사람이다. 또 만일 아니 이건 만일이다. 이런 정전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는지 한번 시험해 보자고 했다면 그것은 정신병자일 것이다.

유비쿼터스란 말이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정보통신망에 접속하여 다양한 정보통신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선진된 나라에서 일정지역 내에 이루어지는 이런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현대경제생활의 목표라고 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서울 또는 전국토를 유비쿼터스화 하는 것을 희망한다. 여기에 제일 먼저 전제가 되는 것은 물론 전력일 것이다. 정전이 일어나는 곳에서 유비쿼터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은 세계 모든 나라 가운데 정전율 '0%'인 유일한 나라라고 우리는 자랑하고 다녔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미국이나 일본조차 정전율이 제로 퍼센트는 아니라고 들었다. 그런 한국에서 순환정전이 일어났다. 말도 안 되는 예비전력추정치 전망의 착오 때문이라고 변명하면서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일본의 금년 여름넘기기의 피나는 절전노력과 성과를 보면서 그보다는 훨씬 쉬웠을 절전캠페인 한번 해보지도 않고 한전은 무책하게 순환정전을 한 것이다.

정부는 어저께 지식경제부장관이 사과했다. 그러나 이렇게 어물쩡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전 책임자의 피를 토하는 반성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 한전사람들은 선배들이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전율 제로를 만들어간 그 노력에 먹칠을 하였다. 실수는 누구나 어느 상황이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전은 정전 자체와 함께 그 전후 취한 행정의 미숙성, 무책임성이 함께 질타받아야 마땅하다. 한국의 이미지 실추 책임도 함께 져야 할 것이다. 한심한 국정운영의 표상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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