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미국 EU 일본 그리고 신흥시장을 막론하고 큰 변수로 등장하고 있고, 각국이 서로 이해가 엇갈리면서 이에 대한 대응심리의 심각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환율전쟁’이라는 칭호를 서슴없이 붙여대는 것이 요즘 언론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달러나 영국의 파운드화로 대표되었던 기축통화가 영국의 경제력쇠퇴와 함께 파운드화의 위세가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중국의 위엔 화가 체면 불구하고 등극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국가의 경제발전의 정도가 반영되기보다는 덩치 크기를 앞세워 선진국이라는 이름의 요람을 마구 뭉개버리고자 하는 모양새로 요즘 중국의 위엔 화는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대들고 있다. 그러니 환율전쟁이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달러화 채권을 마구 사드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대미채권을 보유하더니, 이제는 일본 그리고 한국시장을 넘보고 있다. 금년 들어 중국은 일본과 한국의 엔화와 원화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일본이나 한국경제의 입장에서는 환율이 큰 변수로 등장하게 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속내가 ‘안전자산의 확보’라고 선의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중국의 이해에 따라 일본이나 한국의 환율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자명하다고 하겠다.
한국수출의 시장 의존도가 중국이 미국의 두 배가 넘는 현 상황 하에서 원화환율의 변화는 중국에서의 경제활동에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됨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10년 전 한국경제의 외환위기 시 그 규모면에서 오늘 날 중국의 덩치와는 비교도 안 되는 헷지편드에 의하여 한국경제는 농락당하고 급기야 IMF에 갈 수밖에 없었던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후에도 한국경제는 국제금융시장의 장난꾼 헷지펀드나 이를 부추기는 악의에 찬 해외언론 들에 의하여 큰 영향을 받았고, 지금도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 세계적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방식이 선진국 신흥국을 막론하고 무역을 확대하여 경기를 부양하고자 한다. 각국은 수출을 증대하기 위하여 우선 환율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작금의 상황을 환율전쟁이라고 할 만 할 것이다.
일본을 위시한 몇몇 나라들의 외환당국이 최근 시장개입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옛날 방식으로 자국통화가 바라는 만큼 절하되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한계적인 효과야 단기적으로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하루에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외환규모가 모르기는 해도 요즘 3조 달러는 넘을 텐데 하루 이틀 몇 억불 또는 몇 천만불 개입한다고 그 효과가 얼마나 갈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1986년 소위 ‘플라자합의’와 같은 국제 빅딜을 할 수 있을까? 당시 일본은 지금의 중국처럼 세계경제에 직접영향을 미칠만한 힘도 약했고 중국처럼 막무가네식의 내주장만 하는 나라도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중국의 위엔 화를 일시에 넉넉하게 절상하자는 합의를 국제사회가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자명하다. 무역은 자유무역으로 가고 자국의 경기진작은 재정(통화)을 통하여 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정부가 11월 G20정상회의에서 이런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 할 것이다. 무역자유화를 더욱 진전시키는 세계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낸다면 한국정부는 세계경제를 위하여 큰 기여를 하였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환율전쟁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더더군다나 중국의 위엔 화를 합리적으로 절상하는 해답을 당장 얻을 수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당분간 중국통화의 위세는 더 커질 것이고, 이와 관련한 상대국가의 경제적 취약성 노출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런 환경을 전제로 한국경제가 환율전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는 G20정상회의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이의 대응 방식이 초미의 화급한 과제가 된다고 평가한다. 환율전쟁에 한국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환율전쟁의 접근방법은 G20정상회의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운영에서 근본적이고 원론적 접근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첫째 한국경제의 수출의존을 주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GDP의 40%가 넘는 수출의존을 얼마로 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그리고 어느 정도 산다는 나라에서 한국 같은 높은 수출의존 사례는 찾아보기 힘이 든다. 다른 나라가 어째서가 아니라 사실 수출 그것도 몇 개 되지 않는 소수기업의 수출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경제의 취약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우선 경제활동 중 수출의 비중을 점차 주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른 말로 내수의 비중을 점차 늘려나가야 한다. 그것이 열린사회에서 옳은 일인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이것은 개방 차원이 아니고 산업구조, 경제운영전략과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내수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설 토목 등의 분야가 아닌 기술 컨텐츠 융합 등의 전략이 보다 시급하고 실효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국제경쟁력을 너무 가격중심으로 접근하면 단기적인 환율싸움만 촉발할 수 있다. 가격경쟁력보다 우선하는 비가격경쟁력 즉 기술, 원가, 경영의 혁신 등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서는 기존기업이 유리하고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이 유리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정부가 하는 방식대로 정부가 대기업보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시장간섭이고 가장 치졸한 방식이다. 그 해답을 시장에서 찾으라는 어느 원로교수의 말대로 정부는 시장간여를 하지 말고 오히려 시장에서 약한 입장에 있는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유인정책(incentive system)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의 왜곡은 공정거래정책으로 다스려야 한다. 이 길이 몇몇 수출대기업에 5천만의 목을 대고 있는 이 시장의 왜곡을 없애는 길이 될 것이다.
셋째 국가경영에서 안정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비단 물가의 안정뿐만 아니라 사회전체가 안정된 질서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가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한 가치기준을 명화하게 해야 한다. 무엇이든 떼만 쓰면 되고, 법이고 질서이고 모두 이들의 떼 앞에 손을 드는 한국사회의 모순성을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의 안정이고, 생활의 안전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공정과 혼동해선 안 된다. 공정과 정의 등의 가치는 아무래도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정부가 내 걸고 있는 공정의 실현은 철학적 관념적 이상일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질서 또는 가치기준으로 작동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다. 무엇이던 공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밀 때 이것이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으로 결론 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정의나 공정은 이념적 가치기준으로 작동이 되고 현실적으로 사회전체의 안정을 확보하는 기준은 법질서의 안정, 물가의 안정 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국가경영의 안정시스템이라고 평가한다.
넷째 경제운영의 우선순위를 안정에 두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물가의 안정뿐만 아니라 재정구조의 안정, 과다한 통화 공급의 지양, 시장시세를 반영한 금리운용, 시장개방의 확대 그리고 공정거래제도의 확충 등 경제운영에서 안정의 우선순위가 언제나 지켜지도록 하여야 한다.
다섯째 정치적 인기주의(populism)를 지양해야 한다. 현 정부의 ‘공정사회, 구현이나 친 서민으로 표방되는 어려운 계층을 위한 정책 등은 듣기만 달콤할 뿐 언제나 부족하고, 그래서 언제나 현실에 대한 불만만을 만들어 내는 인기주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예산을 정부가 제안하면서 ’어려운 계층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정부는 생색을 내고 있다. 국민들이 과연 내년 예산을 보면서 따뜻함을 느낄까?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기대감 만 높여 불만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게 할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후반은 이런 인기주의적 미사여구 (美辭麗句)사용을 자제하고 오히려 원리원칙이 강조되고 구현되는 사회를 강조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경제와 국가운영이 추구 될 때 그 결과로 환율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필요하면 정부의 직접적인 환율개입을 하는 것으로 환율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충동을 억누를 수 있어야 환율전쟁에서 살아남게 된다. 한국경제와 같은 그리 크지 않으면서, 지정학적인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 경제가 환율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는 길은 원론적인 경제운영 뿐이라는 것을 정부는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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