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울한 5월의 그림자
5월이 가고 6. 25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6월이 왔다. 북한의 핵 위협 앞에 현충일을 앞둔 오늘 많은 상념이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6.25는 나이 든 세대에게는 현실이지만 젊은 계층에게는 역사 속으로 묻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쯤으로 치부하고 지나갈지 모르지만 나이든 한국인들은 아직도 김일성 공산도배에 절치부심하고 오늘을 살고 있다. 그 6월이 왔다.
2009년 5월은 시들어버린 라이락꽃처럼 우울하게 지나갔다. 그것도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노무현 전대통령은 검찰의 비리수사를 받는 도중 지난 23일 돌연 자살하였다. 큰 충격과 함께 국민장을 치르는 7일 내내 많은 일들이 우리 앞에 벌어졌다. 무엇보다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하는 많은 국민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그리고 장례가 치러지고 닷새가 지난 오늘 그를 억울하게 죽게 만든 현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다. 그의 자살이 현 정부와 어떤 객관적 연관이 있는지 불분명하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은 책임론을 들고 일어나고 있다. 잠잠하였던 자칭 진보그룹인지 좌파세력인지 하는 인사들이 한데 뭉치고 있는 모습이다. 5월의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져 있다.
이번 사건을 치르면서 이명박 정부의지지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보수진영 인사들이 이명박대통령 리더십에 많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크게는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하고 정파 내에 갈등구조가 표출되는 이명박대통령의 리더십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가깝게는 고 노무현 대통령 장례과정에서 정부가 취한 의연하지 못한, 어쩌면 비굴하기까지 한 처사에 많은 지식인들은 실망감을 금할 수 없게 하였다. 유족측에게 국민장을 애원하는 것 같은 모습이나, 최상의 예우를 하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들은 그 자체를 탓할 수 없을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의연하지 못하였다. 1년 전 촛불시위에 덴 이명박 정부는 미리 알아서 기는 형국을 연출하였다고 평가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5월의 그림자는 아직도 우울하게 우리주변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2. 북한의 도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작고하고 하루 뒤 북한의 김정일 군사위원장은 조의를 유족에게 표하였다고 언론은 전하였다. 그리고 하루 뒤 북한정부는 원자력 핵실험을 단행하였다. 연이어 북한은 로켓발사시험을 여러 차례 실시하고 있다. 북한이 상중에 도발하는 것을 비난할 대상이 애초부터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과 비교적 관계가 좋았던 고인의 장례가 진행 중인데 그 몇 날을 참지 못하고 북한은 세계에 핵위협을 해대고 있다. 이어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준비 중에 있고 몇 개의 중거리 미사일도 발사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론은 전한다. 앞으로 두주 후에 있을 한국 미국대통령 정상회담 무렵에 발사할 것이라느니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남쪽 한국에서는 태평세월이고 오히려 전대통령 자살을 가져온 책임론이 훨씬 강하게 현실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솝우화처럼 아기 달래는 수단으로 거짓 호랑이가 온다는 말이 아기의 무관심을 키워 정작 호랑이가 왔을 때 속수무책이듯 지금 우리 주변은 북한의 핵 위협에 무덤덤한 꼴이다. 아니 어떤 인간들은 북한이 핵을 가지면 그것이 결국 우리 것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한국인의 인식은 혼동되어 있다. 불과 한 달 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할 때 일본정부와 일본인 들이 보여준 반응을 과잉된 것이라고 치부한 것이 우리네 한국사람 들의 정서이다. 그러나 이미 북한은 핵무기를 몇개 만들 수 있는 플르토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며칠 전 미국의 전 국무장관은 북한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핵 보유가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고 또 그들이 필요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생각하면 한국인의 오금이 저릴 일이다.
그저 북한 내부 정치사정으로 김정일 아들 후계구도를 완성하고자 하는 체제 내부용으로 핵실험 등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분석에 의지하고 싶은 것이 한국인들의 일반적 심정일 것이다. 또 중국이 자기네 안보상 가만히 있지 않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철딱서니 없는 낙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이제 물 건너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 가닥 기대가 남았었다면 그것도 최근의 북한 행동을 볼 때 이제 접어야 한다. 다만 우리가 북한에게 비난의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하되 철수를 주도면밀하게 시행하여 더 한국근로자들이 북한에 억류되거나 희생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뒤에서 죽어가고 있을 북한 사람들의 굶주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고 정권유지를 위하여 수억 달러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계속 해대는 북한 정부가 증오스럽다. 6월 2일 발표된 정부집계 결과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북한에 지원된 현금이 29억달러, 교역을 포함한 경제협력의 총 규모가 69억달러(8조7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북지원 규모가 19억달러라고 하니 김대중 노무현정부가 3.7배나 많이 준 결과가 된다. 이것은 북한 총수출의 90%에 달하는 규모라니 지난 10년간 한국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북한에 퍼주었는지 가늠이 된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장거리 로켓과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투자보다 훨씬 큰 규모의 대북 지원을 하여 그 보상(?)을 지금 받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 일을 주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 노무현 대통령 장례 전후하여 한국 민주주의가 5공이나 유신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탄식한 바 있다. 오늘의 참담한 북한의 핵 위협 앞에 과연 그가 한국 민주주의를 거들먹거릴 수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사 앞에 책임을 져야할 일이라고 판단한다.
3. 실용주의(實用主義)가 실용(失用)으로
최근 이명박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여러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것 같은 현실 앞에 그의 반대세력은 말할 것 없고 그의 지지진영에서도 많은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본인이 실용주의라고 외치던 것이 실용(失用)되고 있다고 하면 현직대통령에 대한 결례일까? 그의 실용주의가 오늘까지 가져온 결과가 무엇인가?
고 노무현 대통령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그룹들은 그렇다고 치고 이명박을 지지하는 세력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이나 비정부그룹들(NGO)은 요즘 다시 결속하면서 정부 비난에 총궐기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하여 일부 대학교수들이 비난에 참여하고 있고, 이명박을 지지하였던 많은 인사들이 정부비난에 합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보수세력 사이에 당장 대안이 없어 그렇지 대안만 있으면 이명박 정부 지지를 버리고 싶다고 하는 그룹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도 매 한가지이다. 모래성 같은 한나라당은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는 집권당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매일 친이친박하며 내부갈등 만 국민에게 보이고 있다. 모래알은 합치면 좋은 건축자재가 되지만 하나하나 흩어지면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근원적으로는 모두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아가겠지만 결국은 박근혜의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더구나 그는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녀에게 득보다 실이 크다고 분석될 수 있다. 사실 박의원이 알아야 할 것은 현재 대안부재론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많은 보수들은 이명박 박근혜 모두에게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다. 많은 사람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의원에게 한나라당을 내어주고 다음 선거를 지원해야 한다. 박 진영에서도 이명박정부에게 완벽하게 책임을 나누는 자세로 참여와 지원을 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정부와 정치권을 쇄신하는 변화를 박근혜 측과 함께 가져와야 한다. 이 안에 대하여 친이진영에서 반대한다는 것은 알만한 일이지만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어느 정도 제대로 할 때 이야기 이지 지금 분위기로는 다음 정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보수진영 인사들은 다른 대안만 있으면 떠나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나라당은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정치와 사회통합에 매진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경제대통령은 의미가 없다.
4. 새로운 성장동력을 4대강 버리고 서비스산업에서 찾아야한다.
이명박정부는 남은 임기동안 세계적 경제위기 앞에 한국경제가 흔들리지 않는 발전을 가져오기 위한 성장동력을 찾아 종합적인 발전계획을 마련하여 국민과 함께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4대강개발과 같은 하드웨어적 접근보다는 교육 보건 컨텐츠산업등 내수산업의 발전을 종합적으로 가져오는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지금이야말로 KDI 등 정부연구소를 동원하여 장기 발전방향을 정돈 마련하고, 이를 이해관계인과 충분한 컨센서스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서비스산업 종합계획 만들자. 본인의 블로그 참조) 시의성과 추진에 시비가 있겠지만 이것은 정부의 선택이라고 판단한다.
5. 그래도 힘을 주소서.
한국인에게 6월은 잔인한 달이다. 역사의 비극을 거울삼아 지금 아주 어려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형국이지만 이를 딛고 일어나야 한다. 한국의 발전이 그러하듯이 지난 어려움을 한국사람 들은 용기와 인내로 견뎌 이겨내었다. 6.25도 그랬고 유신도 그랬고, 초근목피에서 번영을 일구어 냈다. 지금 한국이 비민주국가도 아니고, 인권이 유린되는 사회도 아니다. 정치권은 더 이상 독재니 소외계층이니 전 근대적 이슈를 거들먹거리지 마라. 한국은 한 세기 안에 절대빈곤을 지나 번영을 앞세운 세계 13등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아프다. 어렵다. 그렇다고 그 아픔을 그 어려움을 서로 감싸 안아야지 상처를 더치는 행동은 같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서로 삼가야 한다. 이제 나라를 한 사람이 이끄는 걸 세출의 지도자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한사람 한사람이 주인으로서 책임자로서 자기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길이 오늘을 사는 우리 세대의 책임이다. 죽을힘을 다해 한국사회의 번영을 일구어 나아가야 한다. 두리번 대지 말자. 사회를 어렵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도 이들 모두에게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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