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계절의 여왕은 수심 가득한 모습이다. 하나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자살에 따른 여러 파장을 안고 국민장으로 보내는 마음이 어둡다. 그가 청와대를 떠난 지 1년 반이 채 안되었는데, 세상은 오월 잔디에 잡초 솟아나듯 여러 갈등이 피어나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 계절의 여왕 마음을 무겁게 한다. 둘은 남한의 국민장 중에도 참지 못하고 북한정권은 핵실험을 하고 로켓을 쏘아대고 있다. 그들이 좋아했던, 아니 그들을 좋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는데 북한정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계절의 여왕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인가 아침 모든 뉴스미디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전하기 시작하여 어저께 27일 밤 12시 국민장기간이 끝날 때 까지 온통 이 소식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였다. 이 소식을 인터넷으로 보는 순간 나의 머리를 제일 먼저 스치는 것이 어떻게 대통령 지낸 사람이 자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상상하기 힘든 현실 앞에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하였을 것이다.
대통령의 자살. 과문한 나는 이런 사례가 다른 나라에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다른 외국의 사례는 몇 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처음 있는 이 비극을 앞에 놓고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한국 하늘을 뒤 덮었다. 그리고 국민장을 치르면서 몇 가지 생각이 가닥을 잡아가기 시작하였다.
첫째는 한국 사람은 정이 많은 국민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언론에 나온 것을 보면 5백만이 넘는 조문객이 한반도와 그리고 외국공관 등을 찾았다고 한다. 또 장례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뜨겁게 망인 노무현을 애달파 했다. 그의 장례기간 동안 온 언론은 앞 다투어 망인의 훌륭한 생애를 찬미하듯 기사화하였다. 그러니 그의 잘못된 정책이나 자살의 직접적인 동인이었던 부정과 연관된 문제 등은 여느 결에 사라져 버렸다. 서양에서는 사건관련 자살이 범죄인정으로 받아드려진다지만, 한국에서는 죽음 앞에 모든 것은 없었던 일이 된다. 따라서 검찰에서도 ‘기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자살 직후 결론 내었다. 한 발작 더 나아가 장례과정에서 오히려 현 이명박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엉뚱한 요구를 하는 해프닝까지 생겼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소박한 정이 넘치는 것이 한국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읽었다.
둘째는 한국사회의 다양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이렇게 많은 애도의 물결에 유가족도 놀라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국민과의 소통을 망인은 잘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면에서는 현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들의 실망감을 노무현 전대통령 조문으로 표시한 것 아닌가 하는 언론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한국사회는 현재 여러 가지 형태의 갈등구조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 먹은 사람들의 식사장소에서 우스개 소리로 나온 말이 우리 주변에서는 조문 간 사람을 찾을 수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이 조문할 수 있느냐 한다. 전연 다른 위성(planet)이 한국사회에 많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성이 확대되지만 그 다양성은 같은 위성에서 존재하는 견해의 차이이지 이것은 전연 다른 지구인들이 함께 사는 모양새와 보다 가까운지 모르겠다.
셋째 이번 장례과정에서 이명박정부의 의연함이 부족한 면을 보면서 실망스러운 점을 지적하고 싶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노 전대통령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당일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였다고 한다. 물론 전임대통령의 서거 그것도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 앞에 현직 대통령의 마음을 읽을 수는 있지만 촌각도 그냥 갈 수 없는 대통령의 집무를 어떻게 중단할 수 있단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국민장을 수용하게 유족에게 권유하는 과정도 일반인이 보기에 적절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서거 당일 정부를 대표하여 조문 간 국무총리를 조문도 못하게 쫓아내고, 무슨 정부가 죄지은 것처럼 국민장을 수용해 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의연함이 부족하고 오히려 과례인 것처럼 보인다.
넷째 김정일 정권의 무례함에 새삼 분노와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여 왔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북한은 핵실험을 단행하였다. 연이어 미사일을 쏘아대는 실험을 오늘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북한정권에 대하여 예의를 논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핵실험 이후 한국정부가 취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가입 조치를 놓고 선전포고니 무어니 하면서 지금 한반도에는 최근 가장 높은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불법침공이 예상시나리오에 오를 정도로 한국군은 비상체제에 있다. 언론보도만 보면 금세라도 전투가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한국 사람은 오금이 저려오고 있다. 오늘 이런 상황이 있게 만든 데는 북한 정권 다음으로 지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무턱 댄 북한지원이 큰 몫을 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 일을 시작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장례과정에서 마치 한국 민주주의를 만든 장본인처럼 행세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와 허탈을 감출 수 없다.
아무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는 많은 영욕을 뒤로 한 채 한줌의 재로 변하여 한국사람 들의 곁을 떠났다. 그 것도 이 찬란한 계절 5월에..... 많은 어려운 사람의 아픔을 함께한 채 그리고 모든 한국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북한 김정일 정권의 긴장을 놓아둔 채 그는 갔다. 그를 보내는 계절의 여왕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또한 계절의 여왕을 보내는 한국사람들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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