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때도 드물 것 같다. 그중에서도 작년 말 시작된 미국 발 세계적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지난 8개월 동안 낙관과 비관의 살얼음판을 지나오고 있다. 그것은 정도의 차이가 좀 있을지언정 발전된 나라나 그렇지 못한 나라나 비슷한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리먼사태가 발생하자 많은 사람들은 1930년대의 대공황을 연상하면서 어쩌면 그 이상의 고통이 세계를 휩쓸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일본 등 선진국과 한국 등 일부 신흥국들은 긴급정상회의를 하면서 세계경제를 구원하기 위하여 재정지출을 최대한 늘리고, 시장의 구원을 위한 지원과 규제를 다 함께 할 것을 합의하고 이를 신속하게 이행하기 시작하였다. 자유시장경제 운영은 잠시 뒷전으로 물러나고 정부의 보이는 손이 마구 시장을 휘저어 대지만 군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절박성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약 4개월이 지난 금년 3월을 저점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증시는 다시 상승탄력을 받는 모습을 연출하였다. 그중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증시는 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이제 세계경제는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 하며 낙관적인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세계경제가 다시 3개월이 지난 6월 20일을 전후하여 다시 비관론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발단은 지난 22일 세계은행의 금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3월의 마이너스 (-)1.7%에서 마이나스 2.9%로 위축 될 것이라는 데서 시작되었다. 불과 얼마 전 IMF의 개선된 전망과는 반대로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최근 제조업과 소비지표 그리고 주택지표들이 개선된 모습을 보이자 미국경제가 바닥을 친 게 아니냐 하는 전망이 나왔고, 일부는 세계경제도 점차 불황의 끝 부분을 지나고 있는 것 아니야 하는 낙관을 제기하였다. 그것이 불과 며칠을 두고 미국의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하자 다시 비관이 득세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최근의 유가와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다가 갑자기 유가가 급락하고 동(銅)등 자원가격과 식량 등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또 금 가격이 하락하고 대신 안전재화로서 달러가격이 상승한 단기적 시장상황이 이를 뒷밭침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상황의 낙관과 비관의 중심에는 언제나 유명한 식자(識者)들이 서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책임 있는 유관기관에서 권위 있게 제시되는 경우가 믿음성이 더 있지만 이런 것들은 대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 어간에 투자은행이나 증권회사들의 애널리스트들이나 대학교수 그리고 펀드운영자들이 발 빠르게 전망을 내어놓게 된다. 물론 그 중간에 언론기관들이 이를 요리하여 세상에 내어놓게 마련이다. 물론 많은 경우 훌륭한 분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망이 제시되고 있지만 개중에는 소위 전문가라는 모자를 쓰고 점쟁이처럼 이말 저말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유감스러운 경우가 많이 있다.
이번 비관의 단초인 세계은행의 전망근거를 정확하게 파악할 길이 없지만 3개월 전에 비하여 현격한 경기하강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보다 분석적 근거가 제시되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제시되었지만 그것을 언론에서 상세하게 보도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방송에 출연하여 ‘더블 딥’을 전망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전망은 그의 이름값에 비하여 그리 신빙성이 없다고 평가된다. 그가 전망하는 장기금리상승, 미국정부의 재정적자부담 그리고 유가상승 전망 등에 이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얼마 전 ‘세계경제는 불황의 터널 끝을 지나가는 것 같다’는 전망을 한 바 있다. 그는 다 아는 바와 같이 작년의 세계경제위기를 예측한 사람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고 그 이후 많은 기회에 그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명사이다. 그는 얼마 전 한국 어느 기관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한 바 있다. 물론 초청국에 대한 약간의 예의가 전망에 반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에도 그는 금년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어떻게 알까?
비슷한 모델로 미국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만 교수를 들 수 있다. 그야 유명한 언론의 컬럼니스트로 노벨경제학상을 탄 저명인사이다. 많은 저서를 출간하였고 예리한 현실분석으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도 최근 한국에 초청되어서 한국경제를 낙관하고 세계경제도 어느 정도 개선되는 모습을 전망하고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다른 지역에 가서 행한 어두운 세계경제전망을 보면서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대한 그의 평가도 좋았다 나빴다 들쑥날쑥 이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코스피가 500이 된다고 글을 쓰면서 말썽을 빚은 인사가 있다. 그래도 그가 무엇을 맞췄다고 믿고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점괘는 맞지 않았다. 필자가 들은 바에 의하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증시전망을 맞출 길이 없기 때문에 영업적으로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둘을 언제나 함께 전망하게 함으로써 언제나 현실에 맞는 점괘를 내걸도록 한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이런 일이 점괘에 속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생의 일을 나라의 장단기 경제 분석과 정책을 마련하는데 종사하였다. 그 일에 가장 전제되는 것이 장단기 전망이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하여 많은 공부도 하고 전문가들과 많은 토론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퇴직하여 대학교수로 그런 문제를 강의하고 지냈다. 그래서 남들은 내가 이런 분야의 경제전문가로서 생각해 주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부족하여서 그런 면도 있지만 언제 경제가 어떻게 되고 특히 언제 경제가 회복되고 유가가 언제 백 달러 될 것을 알아 낼 수는 없다. 전문기관이 경제성장률전망치를 몇 퍼센트로 내어 놓는 것은 여러 전제를 복합한 자기들 나름의 모델 분석결과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종교계에서 하는 선문답 식으로 불황의 터널을 지나느니 중간에 있느니, 유가가 언제 얼마가 되느니 하는 것은 점괘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이것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 육이오전쟁 중 북괴의 남침에 어디로 피난 가는 것이 안전할 것인지 등에 대한 걱정을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하시는 것을 옆에서 들은 바 있다. 그때 제일 많이 이야기 된 것이 정감록의 토정비결이었다고 기억된다. 그래서 어느 지역이 가장 안전한 ‘피난고지’라고 그 예언서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세계적 경기침체가 언제 끝나고 얼마나 깊을 것인지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은 점쟁이 점괘에 속하는 일이다. 전문가는 흐름을 보고 거기에 적절한 방책을 제시하는 일을 해야지 무슨 점쟁이 하는 일 하듯 하면 오히려 사회만 자꾸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답답하고 고통스럽지만 냉철한 이성에 입각하여 현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대응하는 자세가 전문가들에게 요구된다고 평가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식자인양 무슨 점괘 같은 현실 전망을 하여 세상을 속이고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혹세무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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