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정책의 국제공조시대
1985년 소위 미국 뉴욕의 플라자 미팅 이후 세계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일본의 엔을 급격히 절상하게 하는 합의가 선진국간에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당시 일본의 엔은 230엔대 1달러하던 교환비율이 하루아침에 130대 1로 절상되었다. 물론 당시 수출시장에서 일본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달러를 비롯한 선진국간의 통화 균형을 잡아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2차대전 이후 승전국 중심으로 세계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합의를 도출하여 출발시킨 IBRD, IMF 그리고 GATT와 같은 국제기구가 생겨났지만 종합적인 경제정책 공조를 합의하여 이행한 것은 플라자합의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이후 세계는 구소련의 몰락과 새로운 러시아의 출현으로 군사력 면에서는 미국의 단극체제(one polar system)가 예상되었지만 경제는 최소한 미국 일본 독일 등 다극체제로 전환될 것이 전망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경제의 경쟁력 앞에 여타 경제들이 맥을 못 추게 되고 소위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여타국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으며 경제조차 미국의 단극체제로 지배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세계경제가 2000년대에 들어와 장기간의 호황과 버블의 부침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넘쳐나는 유동성과 저금리 속에 엄청난 자본버블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버블은 신자유주의 때문에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경제운영자가 경제를 잘못 운영한 결과이지만 더 이상 실물경제의 결재수단으로 기능을 하지 않게 된 자본의 흐름은 자본 자체의 이익을 위하여 기하급수적인 이익 추구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부동산 버블은 실은 이런 자본기능의 변화에서 오는 새끼가 새끼를 낳는 신종자본상품 즉 파생금융상품(derivatives) 때문에 확대되어가게 되었다. 미국 정부가 보증한(후일 미국정부가 정부기구화한) 주택금융기구(프레디맥, 퍼니메이)의 채권 등 각종 금융상품들은 여러 형태의 파생상품으로 만들어져 전 세계로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이런 상품들이 원천지 미국으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온 세계로 일시에 전염되었고 세계경제는 온통 걷잡을 수 없게 혼란에 빠졌고 급기야 실물경제의 침체로 번지던 세계경제는 다시 디플에이션의 함정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에 세계 중심국가 들은 해법 찾기에 여념이 없게 되었다. 급기야 미국 워싱턴에서 G-20 국가정상들의 모임이 있었고 이 모임에서 세계적인 경제정책 공조를 다시 다짐하게 되었다.
2. 범세계적 번영의 리더십 소멸
공교롭게 문제의 진원지인 미국은 부시정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오바마정부가 들어서고 있는 찰나에 있다. 따라서 고만두는 부시대통령의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 재무성 과 연방은행에서 공동으로 만들어 낸 여러 경기수습정책들도 현재는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어 부시정부와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거기다가 실물경제가 다시 침몰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의 자동차 3사를 비롯한 부실기업의 구제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기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최소 앞으로 삼사개월의 시간이 요구 된다. 정책과 집행에 괴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의 국유화를 무슨 큰 대책인양 들고 나온 영국의 브라운총리나 이를 EU 전체의 정책으로 채택하도록 앞장선 불란서의 시르코지대통령도 말만 떠들고 다니지 무슨 현실적인 정책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은 아직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12월 4일자로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기존금리를 3%에서 2%로 급격한 인하를 단행하였다. 이에 상응하여 스웨덴 등 유럽국가 들의 금리인하가 이어지고 있고 불란서에서는 상당액의 기업지원액을 설정하였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다. 경제지원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이 와중에 메르켈 독일수상은 이런 일들에 너무 수수방관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국내에서 비판 만 받고 있는 모양이다. 한편 사실상 제로금리체제인 일본은 대외적으로는 정책공조를 한다고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아직 발표되는 것이 없다.
3. 이분화 되어가는 세계
이차대전이후 세계는 경제적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나뉘어졌었다. 이중 후진국은 다시 개발도상국이라는 이름의 나라들을 만들었고 상대적으로 여기에 끼지 못하는 후진국을 최빈국으로 규정하였다. 개발도상국들 중 싱가포르 한국 대만 홍콩 등을 다시 신흥국으로 분류하게 되었고 1990년대 아시아의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인도 등이 이 신흥국에 가입되어 불리게 되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알빈 토플러는 세계를 더 이상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다만 발전의 속도가 빠른 나라(고속발전국)와 속도가 느린 나라(저속발전국)로 구분 될 수 있다고 하였다. 2008년 하반기 세계는 그야말로 선진국 후진국 구분이 없어졌다. G-7이던 OECD던 하던 선진국 브라켓은 더 이상 특권 또는 선진(advanced)의 의미가 없다. 거기에 사는 주민들이야 다른 나라에 비하여 좀 잘 살겠지만 국가운영 면에서는 거기가 거기라는 이야기 이다. 그 콧대 높던 미국을 보자. 어찌 보면 세계경제를 단기적으로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사과한마디 없이 옛날에 한국 등 개발도상국들에게 그렇게 나무라던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의 짓거리들을 서슴없이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EU 일본 그리고 한국 등 신흥국들 모두가 다 똑 같은 어려움 속에서 같은 정책대안을 내어놓고 고민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니 유사한 정책추진의 결과는 그나마 시의에 맞게 충분한 지원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 전제되는 것이 이를 받아드리는 피지원자 즉 기업이나 가계가 지원을 받아 피나는 노력을 여기 함께 투입하느냐에 또한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전체가 어려움을 이겨 내기위한 노력에 동참하는 분위가 얼마나 있느냐 다시 말해서 아더 루이스가 말하는 ‘경제하려는 의지’를 얼마나 사회공동체가 만들어내느냐에 성패의 한축이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다시 세계를 분류한다면 위기극복을 정부와 기업 가계 그리고 사회공동체가 함께 잘 이루어 빠른 회복과 발전을 하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4. 이해의 첨예화
세계적인 경제정책 공조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경제질서가 정연한 상황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미국의 단극화시대가 어느 정도 흐무러지면서 세계경제는 나라들 사이에 다극화되어 갈 것이다. 정책의 전세계적 공조와 함께 몇몇 지역 또는 나라들끼리 공조나 협력이 일어나며 달러중심의 기축통화제도도 변화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그럴수록 세계는 지역간에 국가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화되고 여기에 나라사이의 외교의 가장 큰 아젠다가 바로 경제이해조정이 될 것이다.
5. 국회기능의 변화모색
이처럼 세계는 속도전에서 뒤쳐지는 국가와 앞서가는 나라들 사이에서 많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양상을 전망할 수 있다. 이러한 때 제목소리를 내고 자기 이익을 찾아먹을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나라들 보다 한발 앞서가는 수밖에 없다. 큰 등치의 미국을 보자. 그렇게 이해가 복잡한 미국의회도 경제위기를 위한 대책에서는 보다 신속한 처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장의 미 의회와 정부와의 티껵태껵은 새 정부와 구정부와의 권력인계과정으로 볼 수 있는 것이지 이것이 경제정책의 느슨한 처리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판단한다. 영국 불란서 독일 일본 모두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처한 정책수립에서는 국내정파간에 큰 의견의 대립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유독 한국만 그것도 한국국회만 비능률의 극한을 연출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데 여야가 정파를 초월하여 국회에서 정부정책을 지원해도 부족한데 한가롭게 내년예산도 법정기일을 넘기고 앉아 있고 정부에서 경제대책이라고 만들어 놓은 대책들은 제대로 심의도 하지 않고 야당은 상임위 심의를 전부 보이코트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인간은 북한지원에 노다지 타령이나하고 있고 야당들의 정부독재반대 연대를 충동질하고 있다. 사회는 사회주의세력과 그 반대 보수세력으로 반목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한국이 고속발전국으로 비상할 수 있단 말인가?
최소한 이런 위기국면을 맞아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않을 때 입법권이 보장 되도록 하는 장치를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현 헌법상의 대통령의 긴급조치 같은 것은 이제 한국 같은 발전된 상황에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국회가 그것도 소수정당의 횡포로 입법권이 회손 되고 있는데 정치적 절충이나 합의를 이끌어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전연 맞는 않는 방법이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양원제도 좋고 필리버스터 제동 제도도 좋고 이런 제도의 모색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전근대적으로 의정을 물리적으로 저항하려는 의식과 행동이 없어져야 한다. 다수결이 준수되고 의정의 절대가치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국회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분명히 하고 예산심의 법정시한 등 자기들이 만든 법을 스스로 지키도록 해야 한다. 지키지 못하면 일반인이 법을 지키지 못할 때처럼 벌과금이던 무슨 페날티를 부과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국회기능에 대한 제도적 보완노력이 차제에 공론화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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