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0일 화요일

느낌으로 본 2009년 경제전망

1. 디플레이션 함정

2008년 한 해가 저무는 언덕에서 멀리 여명이 일기 시작하는 2009년의 출발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해마다 늘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유달리 2008년은 지구인 모두에게 특별한 모습으로 긴 그림자를 남기고 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지 63년 긴 세월이 지난 후 전쟁만큼이나 온 세상사람 들에게 어려움을 준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새해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암울과 비관의 일색이다.

소득이 줄고 자산가치가 하락되고 있다. 고용은 늘지 않고 미국의 월 스트리트에 넘쳐나는 실업(失業)은 세계시장으로 번져가고 있다. 그러니 소비와 투자가 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축소되고 다시 생산은 늘지 못한다. 수요가 없으니 물가는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것이 하나의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가히 디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일률적인 경제구제조치의 함정

미국의 주택채권기관에서 시작된 2008년 하반기의 경기후퇴 쓰나미는 그 파장과 끝이 어디인지를 몰라 미국을 비롯한 각국정부는 자기나라 경제를 구한다는 이름으로 상상을 초월한 구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처음 금융구제에서 시작하여 실물경제의 침몰을 선제적으로 막아보겠다는 의지로 전방위적 구제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미국정부에서 시작된 이와 같은 구제조치는 EU, 일본 그리고 한국 중국 등 신흥국가들 모두가 총체적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에서부터 시작하여 재정지출확대 세율인하 등 비슷한 내용의 정책들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취해지고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중앙은행의 자금지원, 부실채권의 인수 그리고 금융기관의 국유화가 일어나고 있다. 실물경제의 침몰을 막는다는 구실로 미국의 자동차회사에 대한 구제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6.500억 달러에서 시작된 미국의 구제조치는 몇 달이 지나지 않아 7.500억 달러로 그리고 머지않아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지원은 영국 불란서 등에서도 유사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당황한 미국정부는 제로금리를 선언하고 나섰다.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과 한국 중국 등 신흥국 들 모두 금리를 대폭 내리기 시작하였고 많은 나라가 21세기 신판 뉴딜 정책을 편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시장경제운영이라는 말이 이미 어색한 시대에 우리는 살게 되었다. 신판 관 주도(官 主導) 시대가 거의 선진국 신흥국들에서 모두 전개되고 있다. 시장의 영역인지 정부의 영역인지 따지질 않고 있다. 지원의 범위 또한 가릴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나쁜 말로 표현하여 마구잡이 식이다. 경제구제조치도 하나의 함정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몰염치의 전문가 그룹

몇 달 전 한국의 모 일간지가 이렇게 당황스런 시기에 ‘그 잘난 척 잘하는 경제학자들은 다 어디에 가 있느냐 ?’ 하는 항변성 기사를 실은 바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을 필자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이 했으리라고 믿고 있지만 오늘 거꾸로 같은 비난성 질문을 세계 전문가 그룹에게 던지고 싶다.

미국이 리만 브라더스 부도를 계기로 갑자기 부실금융기관을 지원하여 부도를 막아주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미국의 자동차 3사가 구제지원을 요청하게 되었고 미국의 민주당 중심 의회를 비롯하여 오바마 대통령당선인도 자동차회사 지원에 나섰다. 결국 부시 정부도 이 지원을 받아드려 지원조치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국의 브라운총리를 비롯하여 EU 국가들은 은행의 국유화를 전제로 지원조치가 시작되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한국 등 모든 나라가 일률적으로 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있는 것은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각국 그것도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들이 자국경제의 퇴락을 막는다는 구실로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구제조치를 마구잡이로 취해가고 있다. 시장경제운영은 한가한 소리이고 이제 정부주도 좀 심하게 이야기 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마르크스 계획경제의 중간 쯤 되는 색깔의 경제운영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운영방식의 변화에 대하여 세계의 전문가 그룹들은 침묵하거나 한수 더 떠서 칭찬하고 나서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IMF가 선진국들의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지지하고 나선 것을 들 수 있다. 상황의 심대함에 비추어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돈을 풀어 부실기업을 지원하여 주고 금융기관을 국유화하는 정책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있다. 시장경제운영의 기본에 반한다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대기성차관협의에서 그렇게 강경하던 IMF 전문가들은 어디 갔는가? 비근하게 한국의 1997년 대기성차관 때 한국의 자본시장을 한목에 모두 개방하고 재정의 건실화를 그렇게 강력하게 몰아붙이던 그들이 미국이 하고 있는 이 황당한 처사에 옳은 일이라고 손뼉치고 나서는 것은 힘에 대한 굴종인가? 전문가의 비굴인가?

그 유명하다는 경제학자들 특히 노벨상을 받고 의기양양한 폴 크루그만은 미국의 자동차사 들이 종국적으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은근히 미국정부의 자동차 지원을 반대하는 듯한 말을 하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자기 말을 뒤 없는 모습을 언론에서 보았다. 그 진의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IMF 당시 한국의 정실주의, 정부주도의 경제운영 등을 그렇게 비판하던 그였다. 어느 경제학자를 막론하고 현재 선진국들의 경제구제조치에 대하여 내용 중 잘못된 점을 시장경제운영의 측면에서 비판하고 나오는 것을 필자는 보지 못하였다.

신용평가사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S&P나 무디스 모두 미국 정부의 처사에 대하여 일언반구 토 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부도직전에 정부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등급 인하조치를 안하거나 아주 늦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외국의 한국의 외환위험 노출 등 악의에 찬 평가에 대하여 정당한 신용평가를 제때에 해주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를 비롯한 언론의 평가는 물론 이들을 전문가 그룹으로 생각할 수는 없지만 악의에 찬 또는 상업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들은 선진국들의 정부주도적 경제조치에 대하여 비난성 기사를 게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4. 2009 세계경제 전망

아무튼 이런 시끌벅적한 가운데도 시간은 멈추는 법이 없다. 이제 내일 모레면 다가올 새해 2009년 세계경제가 지금 지구인들이 모두 보고 있는 이 암담과 비관을 그대로 연출할 것인지 아니면 달리 변해 갈 것인지 모를 일이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1~2% 성장을 이야기 하던 경제성장률이 어느덧 제로 그로쓰로 나가더니 급기야 마이나스 성장을 IMF는 예측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세계경제가 이대로 가면 마이나스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된다면 그 많은 지원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지원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지원이 엉뚱한 곳으로 잘 못 된 것인가? 경제학자들이 흔히 하는 방식으로 그나마 그런 지원이 있었기에 이 정도에 머문 것인가?

문제는 이런 디플레이션이 지속되었을 때 나타날 부작용이다. 우선 각국정부가 자국경제를 회생시킨다고 얼마나 많은 보호정책을 써가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면서 선진국 논리로 자기네는 그렇게 해도 되고 힘이 없는 나라들은 같이 하면 되지 않는 괴변이 얼마나 판을 칠까 걱정이다. 세계무역은 움츠러들고 고용은 나빠질 것이다. 그러면 내수시장이 비좁은 한국 같은 개방국가들이 살기가 점점 더 팍팍해 질 것이다. 원유 등 자원가격은 하락하겠지만 이들 자원으로 먹고 살던 자원부유국 들의 경제는 위축될 것이다. 해외건설시장이 어려워 질 것이다. 최빈국경제가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아프리카, 남 아시아국가 주민들의 건강, 생활의 질이 낮아질 것이다. 그럴수록 선진국 의존형 그것도 위기의 원인제공자인 미국경제에 대한 여타국의 의존이 계속되거나 오히려 확대될 것이다. 이것이 경제다원화체제(multi-polar system)로 변화발전 되면 모를까 만일 경제의 미국의존성이 확대되는 쪽으로 발전될 경우 세계는 보다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5. 한국경제전망

이런 암울한 세계경제전망 하에서 한국경제도 암울한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경제가 1% 포인트 하락할 때 한국경제의 성장은 1.5%포인트, 수출은 4.3% 포인트 하락한다는 과거자료에 의한 단순회기분석이 있다. 새해 세계경제 특히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이 IMF의 전망치처럼 급격한 위축되거나 마이나스가 된다면 한국경제의 성장률이나 수출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수출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율이 부가가치기준으로 35~40% 수준에 이른다고 볼 때 만일 현재의 전망대로 수출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2009년 경제성장률은 여타부문에서 괄목할 변화가 없는 한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지식경제부에서 내년 상품수출을 4.500억 달러로 200억달러 늘려 잡은 것이 가능할지, 그것이 부가가치에는 어떻게 작용할지, 교역조건은 어떻게 변화될지 현재로서는 어둡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위축에 따라 상품수입도 늘기 어려울 것이므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는 호전될 잔망이다. 한국은행은 내년의 경상수지를 100억 달러 흑자로 전망하고 있다. 1998년 한국의 경상수지가 400억불 흑자이었던 점과 흡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환율은 비교적 안정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소비와 투자는 모두 저조할 전망이다. 전반적인 소득의 감소 그리고 금융, 부동산 등 자산의 평가감소로 고소득자 던 저소득자 던 소비를 늘릴 가능성은 적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투자의 증가도 상황의 변화가 없는 한 기대하기 힘들게 되어있다. 가계에 비하여 아픔이 덜하다고 할 수 있는 기업들도 투자기회를 찾아 새 투자가 실현되기에는 시간과 환경이 여유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남은 과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 진작 특히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미 4대강 환경개선사업을 시작하였다. 그것이 대운하와 연관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정치적 입씨름이 계속되겠지만 그것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운하사업을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될 일인데 그것을 하지 않아 시끄럽다. 아무튼 그러나 이 4대강 환경개선사업이 내수 진작에 단기적으로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투자를 생각한다면 토목공사위주의 사회간접자본투자 보다는 보다 투자승수가 단기적으로 크고 미래지향적인 투자 즉 교육시설, 기술개발지원, 벤쳐사업지원 그리고 건설경기지원 등이 내수 진작에 일차적인 대상이 되면 좋겠다고 평가한다. 아무튼 이러한 재정지출의 확대가 단기적인 수출 감소를 얼마나 상쇄시킬지는 미지수이다.

이러한 전제를 놓고 내년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면 잘해야 2~3%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고용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가격 하락과 전반적인 물가하락, 주식시장과 환율의 안정 등으로 생활의 질은 2008년보다는 다소 나아지지 않을까 전망된다. 경기순환적으로는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개선되는 못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경기의 선행지표인 주식시장 등이 삼사월 경부터 힘을 받지 않을까 점쳐본다.

그러나 이런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새해 한국경제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자 한다. 무엇보다 과거 이와같은 암울한 경험을 한국경제가 잘 견뎌낸 경험이 있고 그때마다 특유의 응집력을 발휘하였다는 점이다. 가깝게는 지난 IMF 때가 그랬고 1970년대 말 박정희 전대통령의 시해 후 1980년대의 안정화시책과정에서도 그랬다. 1970년대 1차 석유파동 때도 그랬고 1980년대 초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이런 한국인의 위기 시 뭉치는 힘을 이번 기회에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믿고 있다. 이것을 제대로 구현시킬 것인가는 정부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해결과정에서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과제인 구조조정을 실현하는 일이다. 지난 IMF 과정에서는 ‘4대개혁과제’를 들고 나와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하였지만 양두구육 식으로 딴 짓을 했기 때문에 지금 한국경제가 더 어려움을 당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구조조정을 정부가 크게 외치고 있지는 않지만 조용한 가운데 정부주도로 반드시 구조조정이 경제 각 부문에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금융개혁 노동개혁이 일어나고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혁되어야 한다. 만일 이번 기회에 한국경제에 가장 어려운 과제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면 세계적 디플레이션 하에서 발전하는 개방경제의 성공사례가 될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정부의 리더십 발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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