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과잉처방트랩에서 벗어나자

지금 세상에 온통 혼란과 조급함이 극에 달한 것 같다. 국외 국내를 막론하고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내일 앞에 모두 두렵고 불안해한다. 일분도 허비할 수 없다고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당선자는 차기 정부의 경제운영 수장인 재무와 국가경제위원장을 제일 먼저 발표하면서 이들이 당장 시장에 뛰어들어 위기를 수습하라고 주문하였다. 그리고 못미더운지 며칠이 지나자 다시 금융위기극복위원회라는 기구를 새로 만들어 그 수장에 FRB의장이던 폰 볼커를 임명하였다. 현 부시정부의 7천억 불대 경제회복대책이 아직 제대로 사용도 되지 않고 있는데,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의회에서는 8천억불대의 추가 지원대책을 강구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위기대책과 기구의 홍수 속에 ‘과잉처방 트랩’에 빠진 모습이다. 비슷한 상황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 사이에서도 쉽게 발견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이명박대통령은 해외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네 시간여의 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안이한 참모진을 질책하였다고 한다. 금융당국이 정책금리를 내려도 시중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고 유동성지원에도 불구하고 돈은 돌지 않고 있다. 그렇게 떠들썩하던 종부세의 위헌논란에도 불구하고 2008년도 중부세는 그것이 다음에 일부 환급하여 준다고는 하지만 현행세율 그대로 집집마다 고지되고 있고 소득세 법인세 증여세 등 경기관련세제는 변화방향만 논의도고 있지 실제 변화는 아직 오지 않고 있다. 내년 예산은 아직 심의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임금이 조정되거나 강력노조의 행태에서 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소득보장을 요구하는 농민은 그대로 데모하고, 정부가 신고하면 지원하겠다고 해도 건설업체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변하는 것은 취업자수의 감소 폭 증대와 구직포기자수의 증가 들이다. 그러니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답답해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랬다고 지금 모두가 너무 허둥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경제문제만 가지고 보면 이미 위기가 온 것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온 세상이 위기대책이라고 들먹이고 있으니 위기가 극복되기보다는 문제만 천연시키고 그 어려움의 깊이만 더 깊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위기의 원인을 따져 그에 대한 올바른 처방으로 임상효과를 거두도록 해야지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돕는다고 하고 있는데 실제 그 도움이 필요한 곳 적절한 타이밍에 지원되기 보다는 그저 온 세상이 다 그렇게 된 것처럼 보도만 되는 면이 큰 것 같다. 과잉처방트랩이다. 그러니 지원을 받아야할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지원이 실제 오지 않고 그렇다고 지원한다는데 포기할 수도 없고 그러니 시간만 지연시키면서 어려움만 키우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지난 IMF 때는 개별기업보다는 국가 전체의 외환관리가 더 큰 문제였지만 지금은 반대로 외환관리는 그럭저럭 갈 것 같은데 개별 기업과 가계가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어 있다. 실직으로, 증권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사실 지난 IMF 때를 지금과 비교하면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쉬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엄청나게 어렵게 되어 있고 앞으로 이 어려움이 얼마나 길게 그리고 깊게 지나갈지 갈피를 잡기 힘들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책을 마지막 설거지 해 주어야 할 국회는 전연 위기의식이 없고 정파싸움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여야가 따로 없이 힘을 합쳐도 시간이 촉박한데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모두 거기가 거기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같이 행동하고 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전직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북한을 노다지로 표현하면서 현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이 경제위기에 무슨 노다지가 북한에 있단 말인가? 다른 전직대통령 말대로 정신 나간 소리 같다. 그러니 사회원로라는 사람이 이지경인데 시민단체들이야 이야기 꺼리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것 무슨 대통령 긴급조치라도 해서 국면을 전환시켜야 하지 않느냐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지나간 시대의 발상이라 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특단의 대책이 무엇이고 그것이 현재의 국면을 뒤엎을 정도의 큰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런 발상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만일 지난 IMF 때 금 모으기와 같은 사회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면 바람직스럽지만 지난 김대중대통령이 그 훌륭한 호기를 자기 정치정략으로 이용하여 한국경제의 병을 겉으로 땜질하였기 때문에 노무현정부를 거쳐 한국경제의 구조는 오히려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러니 지금 누가 금을 들고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그래도 세계는 알지도 못하면서 김대중대통령을 한국경제를 어려움에서 구출한 사람으로 평가를 하고 있으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이제 정신 좀 차리고 다시 생각해보자. 이명박대통령은 취임 초 이런저런 일로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았고 신뢰를 잃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경제위기가 닥쳐왔다. 스스로를 경제를 아는 대통령이라고 선전하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경제운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면서 스스로 경제를 알고 그러니 내가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자신 없어하는 것 보다는 낮지 않겠나 싶다. 문제는 대책의 내용이다.

우선 시장이 원리대로 작동되도록 잘 못된 부문은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외과적 수술을 하지 않고 막연하게 총량적 정책을 앞세우면 위기 앞에 어려움이 깊어만 가게 된다. 기업이던 금융기관이던 가계 던 회생이 안 되는 또는 도덕적 해이가 있는 부문은 용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중소기업지원 같은 립 서비스는 이제 하지 말아야 한다. 크던 작던 은행의 판단으로 지원이 되도록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에 유동성(liquidity)을 공급하면 된다.

그리고 다음 외국자본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오히려 역이용하여 한국자본시장의 대외의존(dependency)을 적정수준으로 주리고, 여러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관리를 보다 엄격하게 하여 한국시장이 그들의 입맛에 맞는 떡이 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부문에 대한 금융감독기능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

가계부채도 금융기관이 책임지는 체제로 정리해야 한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게이지 문제가 한국에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에 일차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금융기관을 도와주는 방법이 주택금융을 사용한 가계에 일부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여 가계도 살고 주택경기도 살아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저런 일을 서둘러 정리하고 그리고서 경기부양을 위한 내수 및 수출 진작책을 사용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어떤 경우이던 경제운영이 안정의 괴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순리로 정신 차리면서 경제를 운영해야 이명박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게 되고, 다른 나라에 대하여 한국경제가 그리 만만한 대상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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