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에서는 고위험금융상품의 사전 주의(warning)를 위한 경고문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시장에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derivatives)들이 유통될 때 그 상품의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미리 감독당국에서 정하여 상품에 붙여놓자는 취지일 것이다. 적색 또는 황색으로 표시된 경고문을 보고 투자자는 거기에 걸 맞는 주의를 하게 하고자하는 것이다. 약품설명서에 부작용 가능성을 표시하게 하고 담뱃갑에 건강주의 표시를 하는 것과 유사한 발상이고, 아니한 것 보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할까 하는 면에서 좀더 종합적인 금융상품 감독기능을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것도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선제적으로 상품의 안전성을 확보해주는 방법을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모든 금융상품에 대하여 완벽한 안전성을 사전적을 확보하는 방법은 없다. 어느 경우든 행위에 따른 위험은 전연 없을 수 없고 그것을 미리 예단하여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는 판단을 할 수가 없다. 또 그러한 접근을 할 경우 시장은 자유로운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금융감독기능은 전근대적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당국이 상품의 위험에 대한 사전경고를 하고자하는 것은 이번의 키코사태나 각종 펀드 가입자들이 당하고 있는 딱한 현실을 보면서 이것 무엇을 마련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현실 문제에서 시작 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나 이 정도 가지고는 너무 부족하다는 판단이 선다. 한발 더 나아가 사전적이고 좀 안전한 상품 만 유통되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이다. 물론 완벽하게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그것을 너무 추구하다가는 시장은 마비될 것이다. 마치 부동산 투기가 난다고 모든 아파트나 택지 건설을 사전에 허가 받도록 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5. 그러나 금융의 공공성을 감안하여 금융거래에 대하여는 사전에 여러 제약과 사후감독기능이 마련되어 있다. 금융, 증권, 보험업 등에서 상품에 대하여 감독당국은 직접 그리고 간접적으로 감독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시장이 발전됨에 따라 모든 상품에 대하여 일일이 감독하기 힘들어 일정범위를 정하여 감독기능을 발휘하게 되고, 관련업체에서는 이 포괄감독범위 내에서 상품들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게 된다. 여기에 안전성이라는 개념에서 금융상품의 포용범위가 애매하여 지고 시장이 발전 될수록 그 모호성과 기술적 복잡성으로 점차 일반의 이해의 한계가 생겨나게 된다. 비근하게 어느 지역 펀드나 어느 지수연관 상품들이 그 위험도를 가입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취급하기엔 지식과 시간의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그런 일에 참여한 가입자는 가입한 날로부터 불안을 안고 출발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동안 다행히 돈을 벌어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요즘처럼 세계가 일률적으로 경제가 어려워 질 때는 이에 대한 위험노출은 뻔하게 나타난다. 이 경우 그 상품을 가입한 사람을 말할 필요가 없고 이를 매개한 기관들도 모두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면서 이것이 네 탓이요 아니요 하고 다툼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언제나 가장 안타까운 대상은 적은 자본으로 정기예금보다는 좀 이익이 좋은 상품을 찾아 시장에 기웃대다 걸려든 개미군단들이고, 다툼의 종착역은 당국의 정책 오류나 기민성 부족으로 수렴된다.
6. 요즘처럼 신자유주의에 대한 질타와 정부기능 확대 선호의 분위기 하에서 금융감독기능 확대는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는 자본시장통합법이 곧 발효되어 시장간의 업무영역 구분이 축소되고 보다 시장이 통합기능을 하면서 이익창출을 추구하는 계기를 맞게된다. 이 경우 시장에서의 위험노출에 대한 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여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고 할 것이다. 위험하다고 자본시장통합제도의 시행을 뒤로 미루거나 시장을 일일이 감독하는 전근대적 감독방법을 선택할 수도 없다. 결국 도달할 결론은 감독기능을 사후보다는 사전적으로 그리고 시장의 효율을 덜 떨어트리면서 일반 가입자의 위험노출을 감독당국에서 대행해주는 그런 선제적 감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7. 이의 대안으로 위험도부착제도는 그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전제되어야 할 것이 모든 상품에 위험도표시를 부착하기 위해서는 모든 상품을 일일이 금융감독당국에서 사전에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때 일일이 상품마다 이를 따져가면서 위험도의 등급을 매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력투입 그리고 상품의 사전 검토에 따른 상품비밀노출로 경쟁을 어렵게 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대충대충 보고 유사한 상품에 유사한 등급을 기계적으로 부여한다면 이 제도는 하나마나하게 될 것이다.
8. 다음으로 금융감독 당국에서 사전적으로 각 영역별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범위(range)를 마련하여 주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여 본다. 일종의 금융상품 마련 가이드라인 비슷한 것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최선의 방안이라 할 수는 없지만 한국경제처럼 시장의 발전이 채 되지 않은 가운데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시장을 열어놓았다. 그러니 시장의 자율기능이 생기기 전에 시장은 열어놓고 경쟁을 하다보니 다른 시장에 비하여 한국금융시장은 취약성이 크고 그만큼 위험노출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열린 문을 닫을 수는 없다. 그러니 거꾸로 라도 위험노출을 최소화하는 금융당국의 사전감독기능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하여 선진국이나 IMF 등에서 토를 달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동서남북도 모르고 정부기능을 확대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경제흐름보다는 훨씬 중립적(moderate)이고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9. 마지막으로 지금 금융당국에서는 전후좌우를 가릴 것 없이 경기침체 방지를 위한 모든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좀 진중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어차피 침체는 불가피하다면 차제에 이런 저런 제도보완에 힘을 써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한국경제는 IMF를 맞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 당시 위험노출에 대한 시장관리를 좀더 전문적으로 접근하였으면 오늘 이보다 훨씬 여유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좀 자신 있게 시장을 살려나가되 위험노출에 대한 관리에 전력을 쏟아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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