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오바마 경제팀 인선을 보는 한 한국인의 마음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당선자는 2008년 11월 24일 과거의 관례를 깨고 차기 외교안보팀의 발표에 앞서 경제팀을 먼저 발표하였다. 경제팀이래야 우선 재무장관을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총재를 지명한 것이지만 경제의 어려움 앞에 대통령의 관심 우선순위를 나타내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가 대통령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임명하여 앞으로 경제운영을 이들 두 사람이 투톱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모두 언론에 오르내린 사람들로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이 뉴스를 듣는 순간 한국 사람으로서 어쩐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느낌을 갖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소심함일지 모르겠다. 사람을 이야기할 때 과거 그 사람이 나와 어떤 관계를 가졌었나 하는 것이 누구나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됨은 당연한 이치이다. 아는 사람은 아는 대로 두 사람 모두 한국경제와는 1990년대 말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다.

흔히 말하는 대로 서머스나 가이스너 모두 클린턴 대통령 당시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밑에서 차관과 차관보로서 함께 일한 루빈사단의 일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를 당하자 당시 한국정부는 IMF보다는 미국이나 일본 등 인근 선린의 협조를 얻어 위기를 넘기고자 하였다. 당연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정부가 한 것은 아니지만 1998년 말 일본은 기한이 도래한 거액의 단기차입금을 한국으로부터 일거에 회수하여 갔다. 그래서 100억불이 넘던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단숨에 30억불대로 급전직하로 떨어졌고 이에 당황한 한국정부는 당시 재경원 차관을 일본정부에 급파하여 좀 외환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였다. 물론 이것이 성사되지 못하여 한국은 IMF의 대기성차관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 미국정부 즉 루빈 서머스 재무팀은 자기들이 한국을 직접 도와주는 것은 고사하고 일본에 한국을 개별적으로 돕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그리고 다자간 협력기구인 IMF로 한국경제를 끌고 가 미국정부의 영향권 하에 두도록 하였다. IMF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경제에 대하여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하고 있는 적자재정지원, 개별기업의 회생지원, 도덕적 해이 등등 소위 국제기준(global standard)에 맞지 않는 행동에 대하여 엄청난 질책(bashing)을 해댄 장본인들이다. 물론 지금 그러니 그 비난을 되갚아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신흥국 특히 한국과 같은 아시아국가 들에 대한 폄회 감정이 있는 인사들이 아닐까 해서 마음이 찜찜하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처럼 우리가 그리 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 한국정황은 한심한데가 너무나 많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얼마나 절박하면 그들의 교과서에 그리도 싫어하던 일들을 앞뒤 안 가리고 선진국들이 해대고 있는 이 판국에 지금 한국정부나 국회 그리고 사회 모두가 위기대처라는 인식은 가지고 있는지 의심이 가는 그런 분위기이다. 경제가 마이나스 성장을 한다고 걱정하고, 일자리는 줄고 환율은 1500이 넘고 주식은 1000선이 무너졌다. 선진국들이 10을 하면 한국은 20을 해도 위험한 판국에 지금 한국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재정지원이 제대로 되나, 종부세 하나 제대로 없애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이다. 한심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한국경제가 IMF를 맞을 무렵 인도네시아가 한국처럼 대기성차관을 IMF와 맺었다. 필자가 우연이 그때 자카르타에서 그 조인식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다른 점은 당시 스하르토 대통령이 조인식에 앞서 국민에게 과정을 발표하면서 그래도 그들에게는 있는 힘을 다해 돕겠다는 친구나라인 싱가포르와 독일이 있다고 하는 말을 하였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는 그 뒤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당시 한국정부와 큰 대조가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한국정부가 어려움을 당하였을 때 한국을 돕겠다고 나선 우방이 있었나? 물론 한국은 6.25를 겪으며 많은 자유진영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그 후 50년이 지나 한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하였을 때 누가 한국을 돕겠다고 나섰나? 일본인가, 미국인가? 모두 자업자득인 것을....

낙엽이 늦가을 바람에 스산하게 이리저리 흩어지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어쩐지 스산함을 느끼게 하는 이 아침 미국 오바마 새 정부의 경제각료 구성이 나를 더욱 쓸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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