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아처럼 나는 쭈볏쭈볏거리며 여중재를 찾았다. 그래도 여중재는 침묵하는 가운데 편안하게 나를 맞았고, 나 또한 고백하는 마음으로 여중재에 돌아왔다. 펜을 놓은지 반년이 넘었다. 금년들어 겨우 네 꼭지의 그것도 힘겨워해가며 글을 올렸지만 사실상 폐업한 거나 다름 없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 일이 나를 짓눌렀다고 변명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변명일 뿐 사실 나는 글 쓰는 일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이러고도 스스로를 '글쟁이'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내 글이 값진 것이어서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누구에게 읽히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것이나마 내 자신 존재함을 스스로에게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글을 열씸히 써왔다. 아니 그나마 안하면 무엇 딱이 할 일도 없고, 그래도 자판을 두드릴 때가 나는 행복하기 때문에 이러고 산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게다. 현직을 떠난지 16년의 긴 세월 동안 나를 지탱하게 하여준 영양제같은 글쓰기에 다시 복귀하려고 한다.
각설하고,
2011년 8월 들어서자 지난 7개월동안의 증권시장이 장기조정을 마치고 다시 활기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무섭게 세계증시는 패닉상태에 빠졌고, 세계경제는 2008년 리먼사태에 못지 않게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큰 파국으로 치닫을 것 같은 불안에 싸여 있다. 지난 7월 26일인가 미국의 국가채무한도조정이 막바지에 와 있을 때 CNN은 미국 오바마대통령과 공화당의 하원의장인 베이너의 협상과정에 대한 자기네의 입장을 담화형식으로 발표하는 것을 방송하고 있었다. 출장 중 호텔방에서 청취한 방송에 나는 '아! 저것이 성숙된 민주주의인가 보다'하는 생각을 하였다. 언제나 물리적 충돌을 연출하는 한국정치에 익숙한 나에게는 근사(?)하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물론 그때까지는 미국의 부채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고 내용도 저런 원론적인 재정지출삭감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일 후 오바마는 정치권과의 타협된 결과를 발표하고 이어서 하원과 상원의 가결과 대통령의 결재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내용은 부채상한을 1조4천억불 증액하고, 그에 상당하는 액수를 앞으로 10년동안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것이다. 재정구조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구조조정안에 대하여 여기저기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경제기 이렇게 침체국면에 있는데 재정지출 삭감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스티글리츠 등 대부분 학계에서도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더블 딥을 걱정하였다. 이어서 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로 강등시켰다. S&P의 강등이유가 취약한 미국의 재정구조 때문이고, 이것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없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재정지출삭감이 미국경제를 다시 침체로 몰고가는 더블딥을 염려하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아무튼 일반이 잘 상상하지 못한 미국 신용등급하락을 전격발표하였다. 미국경제라고 최상급신용등급만 받으라는 법도 없고 미국경제를 분석해보면 수긍가는 점도 충분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상초유의 일이고, 미국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세계경제에 대한 발권력을 생각하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생각하면 미국의 재정구조 의곡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오랫동안의 레프트오버이고, 그것도 공화당 정부인 레이건, 부시 정부 때 정부부채가 제일 크게 만드어졌고 민주당 오바마대통령으로서는 그의 뒷처리를 하는 입장인데 이것을 내년의 대통령선거전으로서 공화당에서 들고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에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 모를 것은 언론, 학계, 정치집단 어디에서도 이런 원인 제공자에 대한 시비나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점이다. 역시 루틴화되어 있는 미국의 정권교체가 가져온 성숙성일까?
더욱 가관인 것은 전 FRB 의장인 그린스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최저점은 한참 있어야 올 것이라는 말을 천연스럽게 하고 있다. 우리네 같으면 죽치고 있던지, 자기가 추진한 확장정책의 당위성을 이야기 하던지, 또 아니면 정책선택에 대한 잘못됨을 이야기 하는 것이 순서일텐데 마치 딴나라에서 온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몰염치로 비치는 것은 동양적 생각일까? 그러니 러시아의 푸틴이 '미국이 세계경제에 기생하여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받는것 아닌가 싶다.
사실 생각하면 미국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까? 일본처럼 할복(센빠꾸)하는 사람도 나옴직 하지만 프래그마티즘의 미국은 다른가? 벌써 시장에서는 미국의 패권(imperialism)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다분이 중국의 세계지배를 부추기는 친중국적 분석이고 희망이지만 나는 거기에 전연 동의하지 않는다. 기축통화체제의 변화도 아직 이른 이야기이다. 지난 66년동안의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체제는 쉽게 무너질 수 없다. 2차대전 후 영국의 파운드화가 미국의 달러로 전환될 때도 그것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고 대전과정에서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영국이 감당할 수 없어 이루어진 것이며 그것도 파운드와 달러의 두 통화체제가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지금 대전 후의 미국의 힘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제력 비중 그리고 국방력 앞에 아직은 이에 대응될 세력이나 국력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미국의 IT기술을 능가하는 국가는 아직 찾기 힘든다. 바다를 지배하는 해군력이 미국을 능가하는 국가나 세력은 아직 없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러나 역사는 변화를 전제로 한다. 내가 좋아하는 조지 프리드만의 말대로 10년 안에, 아니 100년 안에 미국의 패권적 힘을 능가할 국가나 세력을 찾기는 힘들것으로 보이지만, 비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미국의 부채처리는 무책임하고(irresponsible), 비 도적적(immoral)이라고 나는 평가하고 싶다. 2008년의 세계경제침체나 이번의 경제충격 모두 미국이 만든 것이다. 패권적 힘을 가진 자는 나와 함께 함께사는 모두를 끌어안을 줄 알아야 한다. 나만 살고 너 죽는 것은 내 알배 아니라고 돌아서는 것은 소인배의 작태이다. '발권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채무불이행을 할 수 있는가' 하고 큰 소리칠 것이 아니라 그 발권력이 미국의 이익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도록 행사되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의 책임이고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맹자가 이야기하는 의(義)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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