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Financial Times는 3월 17일자에 ' 한국 국제사회 뉴 리더로 부상'이라는 기사를 실었다고 동아일보가 기사화하였다.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을 거절당하고 자결한 이준열사의 뼈아픈 역사를 디디고 100여년 만에 한국은 세계 20개국 정상회의에 의장국이 되어 세계경제 발전방향을 주도적으로 협의하게 되었다고 동 신문은 한국의 발전을 추켜세웠다. 특히 2008년의 리먼사태 이후 한국경제가 보여준 괄목할 위기극복노력과 이에 따른 경제회복실적을 소개하였다. 또 동시에 이해 말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위엔화 절상등 세계적 경제협력방향에 한국의 리더십 발휘를 기대한다는 찬사 일변도의 기사를 실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반갑기보다는 씁쓸한 감정을 누를 수가 없다. 우선 피낸셜 타임스가 어떤 신문인가? 최근 한국관련 특히 한국경제의 위기가능성을 세계 어느 신문보도 보다 앞장서 나쁘게 보도한 신문이다.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그랬고 지난 2008년 말 리먼사태 이후 세계경제 위기 앞에 한국경제가 금방 망가질 것 처럼 침소봉대한 신문이 아닌가? 필자의 편견도 있는지 모르지만 한국경제가 깨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매일 쏟아낸 당시의 기사 들을 접할 때 필자는 마치 이 신문이 무슨 국제 헤지편드에 연관된 것 아닌가하는 의심하기까지 하였다. 마치 외환위기가 곧 닥칠 것 같은 상황을 전망하는 기사를 검증이나 한국정부 또는 전문가의 의견도 없이 얼마나 써대는지 정말 치가 떨릴 정도였다.
그런 신문이 왜 한국경제를 아니 한국을 이렇게 찬사 일변도로 띠우고 있는지 오히려 의심이 가는 것은 나의 지나친 선입견인가? 특히 G20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의 표면적인 이유가 되고 있는 위엔화 절상 문제를 한국이 중재할 것을 기대한다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국의 위상이 격상이 되었고 G20정상회의의 의장국 입장에서 국제적 협력 아젠다를 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과 미국의 센서티브한 현안 조정에 한국이 어떻게 리더십 발휘를 할 수 있을지 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기축통화의 당사국인 미국이나 영국이 이번 세계위기에 단초가 된 지금 1985년의 플라자 미팅으로 일본의 옌을 단번에 조정했던 때를 그리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일본보다는 훨씬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나라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판에 한국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한편 한국경제의 회복 탄력이 2009년 4분기 이후 급격히 사그러 들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지만 재정의 한계와 원화의 절상 흐름 속에서 한국경제의 회복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재정의 악화를 더욱 방치하기도 힘들고 금리를 더 인하할 수도 없다. 그리스를 포함한 EU의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도 속도의 문제는 있지만 인프레 대책과 통화절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경제의 회복도 기대보다는 느리고 그들도 수출을 통한 경기회복에 매달리고 있다. 모든 이런 상황이 한국경제에는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지않는 요인들이다. 잘못하면 지난 1년동안의 한국경제 회복 탄력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한국경제는 경제회복의 탄력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는 아직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재정이 전만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여유가 있고 수출도 비관적이지 않다. 경제성장도 잘하면 5~6%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그래도 한국경제의 취약성(fragility)은 여전하다. 따라서 쓸데없는 자만심이나 우물안개구리식의 편협된 후진성을 버리고 세계 속에 한국을 키워나아가는 진취성과 세밀한 전략을 세워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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