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의 기업구조조정정책
보도에 의하면 오는 4월 30일 이명박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여 기업구조조정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정부 일각에서 검토해온 45대 그룹과 38개 해운업체의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하고 구조조정대상을 확정한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경제에서 건설, 해운, 은행, 보험업은 구조조정이 시급한 분야로 분석되어 왔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경제전반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였으니 특히 이들 분야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시급하게 제기되게 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그동안 관련금융기관 중심으로 추진되어 온 해당기업의 구조조정은 사안의 시급성에 비하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이슈를 대통령의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다루게 된 모양이고 지금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정부가 기업에 보낼 예정인 것 같다. 옳은 방향이고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그 정책추진 방법이 IMF 때 김대중 대통령이 하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해서 일반적인 정부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김대중 대통령의 대기업 빅딜정책
2002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정부는 소위 4대 개혁과제의 일환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특히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하여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기업총수들도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에 적극 참여하기로 합의를 한바 있다. 거기까지 했으면 좋았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의 진로를 좌지우지할 대기업의 소위 ‘빅딜’정책을 들고 나왔다.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삼성자동차를 삼성그룹에서 제외시키는 일이고, 반도체사업을 엘지그룹에서 분리하여 현대그룹에 통합하는 것이었다. 일견 다 타당성이 있어보였고 그래서 생겨난 것이 르노상성차이고 하이닉스 반도체이다. 이런 큰 거래가 정부의 손에 의하여 이루어 졌기 때문에 하이닉스 반도체가 그동안 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을 왜 사전적으로 정부가 너는 이래라 저래라 한 것이 문제라고 평가한다. 그것은 시장에서 기업이 했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정부로서는 그 불가피성을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하나는 이런 일을 당사자인 기업에 맞기면 부지하세월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또 하나는 대기업들이 큰 거래를 함에 있어 중재자적 기능을 할 곳이 필요한데 그것을 정부가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 것이다. 일리가 있고 과거 한국경제는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가깝게 1979년 10.26 당시 국보위는 중화학공업 투자조정을 직접 하였었고, 필자가 재무부 차관보로 재직할 1984년 해운업계의 투자조정을 정부가 직접 한 경험이 있다. 물론 시간의 평면선상에서 2000년대 초 정부가 한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의 발전 정도나 시장의 기능이 다르다는 인식을 모두 할 것이다.
3. 이제 기업이 해야 한다.
시장의 기능이 보다 확대되고 정부의 정보능력이 시장에 오히려 뒤지는 상황 하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은 기업 스스로 해야 한다. 정부가 손을 대면 댈수록 능률보다는 부작용이 커지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답답하니까 나서고 싶게 된다. 은행에 맡기면 상호간의 이해득실 때문에 일이 잘 진척되지 않는다. 그러니 결과는 범을 그리려다 고양이 그린다는 모양을 연출하기 쉽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여 지금처럼 정부의 재정을 통하여 시장을 지원하고 있는 마당인데 국민의 세금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 되도록 정부가 직접 나설 합리적 이유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명박 정부도 기업구조조정에 나서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정부가 보기에 부족하더라도 정부가 나서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 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구조조정 내용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지원을 하는 경우 정부는 거기에 엄격한 조건을 첨부하거나 관계은행으로 하여금 간접규제를 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4. 노조투쟁은 좀 물러나 있어야 한다.
기업의 구조조정에서 1차 대상은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 이때 노조가 기업이야 죽던 말든 인원조정은 안된다고 주장하면 구조조정은 불가능하여 질 것이다. 최근의 쌍룡자동차 경우처럼 근로인력의 구조조정을 막무가내로 막는다면 결국 공멸의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기업의 구조조정에서 물론 경영자의 근로자 보호가 우선해야 하겠지만 불가피할 경우 인력감축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종래와 같은 파괴적 노조투쟁은 자제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없이 한국경제가 현 위기 이후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다. 물론 말같이 쉬운 일이 아니고 ‘근로자 우선’의 정신이 지속되어야 하겠지만 구조조정을 위한 불가피한 해고는 노조투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노조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사회는 이를 이루도록 방패가 되어 주어야 한다.
5. 기업은 하루속히 새로운 S 커브를 접목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조직의 개편이나 사업구조의 변화만 추진한다고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변화된 기업 환경 속에서 리차드 포스터(Richard Foster)가 말하는 S커브 성장곡선을 빨리 갈아타야 한다. 포스터는 기업이 기존의 S커브에서 새로운 S커브로 갈아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두 커브 사이에 단절이 길면 위험하다고 하였다. 이를 위하여 기술개발투자를 부단히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근로자와 경영자가 함께 뭉쳐 헤쳐 나아갈 때 구조조정의 목적은 달성되고 기업은 새로운 비약을 가져오게 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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