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5일 토요일

수출과 내수(內需)의 균형이 갖는 정책적 의미

1. 한국경제의 수출과 내수의 비중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선진국들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의 벽을 넘어 3만 불, 4만 불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은 내수부문의 왕성한 성장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라 하고, 그래서 ‘내수부문이 취약한 나라는 경제 강국이 되겠다는 꿈도 꾸지 말라’는 기사를 조선일보가 실었다.(2009년 4월 21일) 특히 일본이 지난 1988년 1인당 국민소득이 5년 만에 1만 불에서 2만 불을 넘어선 것은 연평균 7.6% 성장하였던 내수 때문이었고 오히려 수출은 같은 기간 7.2% 증가세에서 3.5% 증가율로 감소하였다고 하였다. 비슷한 수준에 있는 한국경제가 지난 해 투자와 소비증가율은 0.8%와 1.6%였음을 상기하면 한국경제가 2만 불의 벽을 넘기 위한 내수의 진작이 한참 떨어지는 느낌이다.

2. 정책의 홍수

필자는 지난 1월 20일 여중재노변정담에서 ‘경제위기에서 개방된 작은 경제가 살아 이기는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은바 있다. 무엇보다 외부충격으로부터 한국경제를 방어할 수 있는 안전변 확보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정책의 마련에 앞서 정책당국자의 자세가 정책운영에서 보다 여유를 갖는 다시 말해서 좀더 신중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음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한 정책적 해답은 한마디로 경제운영을 보다 안정되게 하자는 이야기가 된다. 시의에 맞지 않는 말 같지만 밖으로부터 온 경제위기 앞에 한국경제가 너무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정책도 백가쟁명 식으로 이것저것 허겁지겁 쏟아 내고 있다. 그중 실제로 정책으로 추진되는 것도 있고 많은 것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책상서랍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많다. 선택된 정책안 중에는 관계부처 협의가 진행 중이거나 입법과정을 밟기 위해 국회에 나가게 된다. 관계부처협의는 상호간의 이해충돌로 그리고 국회심의는 특유의 비능률성으로 인하여 언제 입법과정을 끝낼지 모르는 가운데 일반인은 그것이 이미 정책으로 확정된 것으로 착각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정리되지 않은 정책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한국인 모두는 불안하고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심리를 불러오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출발 초 새로운 정책 다 출산기에 있기 도하고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정부이기 때문에 경제정책을 양산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게 되어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 세계적 경제위기가 발생하였으니 당연히 이것저것 많은 정책을 내어놓게 되어 있다. 거기에 더하여 지난 10년의 사회주의 중시 정권의 정책오류를 바로잡아야하는 정책욕구까지 합쳐 이명박정부는 경제정책을 양산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경제정책의 대량생산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고 더구나 지금처럼 세계적 경제위기 앞에 당연히 많은 정책이 그 처방으로 나와야 한다. 더구나 경제의 안전변 확보가 정책의 대량생산과 상반되는 개념은 물론 아니다.

3. 경제정책의 두 가지 흐름

경제정책은 크게 보면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정책과 경제구조를 고치기 위한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일반적으로 단기정책으로 금리나 환율 재정지출 등 정책변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좀 더 직접적으로는 경기부양을 위한 보조정책들이 곁들여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보다 장기적으로 재정이나 세율, 특별지원법 등을 활용하여 경제의 장기적 과제를 실현하여 구조적으로 번영의 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목적의 논리적 구분이 현실에서는 명확한 경우도 있고 함께 겹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현재의 한국경제위기도 정책에 따라 구분하면 단기적으로 위축되어가는 생산활동을 촉진하여 고용을 확대하고 경제성장을 확대하는 정책수요와 구조적으로는 개방경제가 갖게 되는 대외취약성을 보완하는 정책수요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를 위하여 금리를 여러 차례 대폭 인하하여 미국의 리먼사태 이후 2008년 10월 5.25%의 기준금리를 2009년 3월 2%로 낮추었다. 연관되어 통화를 대폭 풀었다. 재정을 최대한 탄력적으로 운용하여 사업을 조기집행하고 엄청난 액수의 추경예산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이외에 금융기관의 유동성 공급과 부실채권 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환율은 한국정부의 정책노력이 아니라 한국경제 안전에 대한 부정적 외부평가 등에 따라 지나치리만큼 저평가되어 국내물가와 소비 및 투자수요촉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반면에 오히려 수출의 감소 폭을 완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와 고용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래도 과히 나쁘지 않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개방경제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정책은 아직 이렇다하게 부각되고 있지 못하다. 우선 현재의 한국경제의 개방을 이제 뒤로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해답은 내수를 개발하여 수출에 못지않게 그 비중을 키워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대로 한국경제를 앞서간 일본과 많은 선진국들의 예에서 배우듯 한국경제도 내수비중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이 그야말로 2만 불 소득수준을 넘어 3만 불, 4만 불 소득국가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IBRD의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83.5%이다. 이는 일본의 28.8% 중국의 69%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한국경제의 무역의존도 추세도 1996년 50.4%에서 2007년에는 75.1%로 점차 증가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산업구조 수출상품구조에 따른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 수출을 확대하면 그에 상응하는 수입의 부수적 확대가 불가피하고 이것이 다시 한국경제의 무역의존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말이 나오는 것이 내수산업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이와 연관하여 제일 먼저 제기되는 것이 4대강운하계획, 이어지는 4대강 개발계획 등 토목사업이다. 다음으로 그린녹색사업으로 대표되는 풍력 조력 등 에너지사업과 생명과학의 바이오사업이 떠오르게 된다. 서비스산업으로 금융, 컨텐츠산업 그리고 기능창작 등 창조사업(creative industry), 지식산업(knowledge industry)등의 개발과 진흥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치산치수로 대표되는 토목사업은 사업의 특성상 좀 전근대적인 즉 부가가치 증식이 상대적으로 느린 부문이고 기계의 사용으로 고용흡수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린녹색사업이나 서비스산업 등은 중점적으로 개발 진흥시켜야 할 부문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전제되고, 많은 자본이 필요하게 되어 무엇보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문의 발전과 진흥이 없이 수출이, 무역이 계속 확대될 수는 없다. 개방사회에서 수출과 내수는 상호간의 대체성 보다는 오히려 상호보완적 기능을 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내수산업을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수출기반을 확충하는 것은 사회전체의 안정 토대 위에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허구헌 날 싸움질하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내 재산 남의 재산 가리지 않고 내 주장만 옳다고 때려 부수는 사회에서는 이런 지식 서비스 산업 등 내수산업의 발전은 바랄 수 없다.

4. ‘안정과 경쟁력’의 정책슬로건

이러한 관점에서 당장의 경제위기를 헤쳐가기 위하여 경기를 부양하고 장기적으로 내수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역설적이지만 경제와 사회의 안정만이 그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연관된 정책을 열거하여 보자.

첫째 사회전체의 안정 확보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유동성확대 보다는 제도개선을 우선해야 한다. 노동개혁을 서둘러 한국노동운동에서 폭력을 완전하게 제거하여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방하고 명명백백하게 하여 기업경영의 구조적 안정을 마련해야 한다. 법의 지배가 완전하게 작동되어야 한다. 법의 지배라는 개념이 법률가가 지배하는 사회라는 말과는 전연 다르다. 사회는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능률이 지배되고 법률비지니스는 점차 사양화되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인 앞에 법이 제대로 지배되어야 한다.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이명박정권은 제한된 사람들로 구성된 패거리정치를 고만두어야 한다. 옛날 경험에 입각한 정책고집(hubris) 보다는 열린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안정된 사회의 확보만이 경제안정과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둘째 개방된 한국경제는 글로벌경제운영을 지향하면서도 지역협력 즉 한. 중. 일의 협력체제를 부단히 추구해야 한다. 특히 공동통화(common currency)를 강력하게 추진하여 개방경제의 대외충격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셋째 한국사회의 신뢰(trust)구축이 시급하다. 후쿠야마의 제4의 생산요소인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개방된 한국경제가 지향할 길이다.

넷째 무엇보다 안정된 경제운영을 하고 모든 경제정책의 지향점은 경쟁력확보에 있음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사회전체의 ‘안정과 경쟁력’을 정부의 정책슬로건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결론적으로 개방된 경제체제 하에서 수출과 내수의 균형은 특정산업들의 경제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균형이 아니고, 경제전체가 안정을 토대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고 이를 통하여 결과적으로 경제가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구분이 없이 서로 균형 있게 발전하는 체제를 말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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