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봄날은 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대답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장기적으로 한국경제가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당장 세계적 경제위기에 처하여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경기회복의 소식이 봄날과 함께 오고 있는가하는 바람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면서 한국경제는 그동안 한국인들을 주눅 들게 하였던 외환부족의 문제와 연관된 협박성 전망에서 많이 자유롭게 되었고, 아직 박스권에서 왔다 갔다 하지만 증시가 많은 개선을 이루어 코스피가 1300을 넘어 1400선을 바라보게 되었다. 한편 경기침체에서 온 결과이지만 수출이 줄어드는 가운데에서도 수입이 보다 감소하여 3월의 무역수지가 40억불이 넘는 흑자를 보이고 이렇게 가면 연말 한국경제의 경상수지 흑자는 100억불을 간단하게 넘을 것이라는 것이 요즘의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도 강남의 재건축시장을 시작으로 활기를 찾고 있고, 원유 값의 안정으로 국내물가도 당분간 안정될 전망이다. 한편 국제금융시장에서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신용위험금리(CDS)가 크게 낮아져 이제 6%대에서 3%대로 내려왔다. 3월 위기설은 그야말로 설로 끝이 났고 어느 애널리스트 말대로 뉴욕에서 6000마일 떨어진 한국경제에서 세계적 경제위기의 첫 회복 소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따뜻한 봄 볏 넘어 에는 아직도 시꺼먼 먹구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한국경제는 무엇보다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자가 100만 명을 쳐다보게 되었다. 청년실업은 정말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아직도 수출은 계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에 따라 산업생산은 부진한 모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경제는 대외 의존적 개방경제운영의 취약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春來 不思春’이 아니라 ‘春不來 思春’하는 상황이 요즘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의 이명박대통령은 어느 회의자리에서 한국경제가 긴 어두운 터널의 중간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재경부나 한국은행 역시 이러한 보수적인 시각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희망과 절망의 교차는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버냉키 FRB의장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경제전망을 이야기 하였다. 오바마는 어렴풋이나마 ‘미국경제 전반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 한다’고 하였다. 주택거래가 늘고 있고, 증권가에서 웰스카고, 골드만삭스 등 금융기관의 1분기 실적개선은 다우지수를 8천선으로 끌어올렸고 이러한 영향으로 세계증시도 비슷하게 금년 들어 30%가량 상승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미국정부의 희망적인 분석에 대하여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영국의 BBC가 4월 17일 몇몇 전문가들의 미국경제 평가를 보도하였는데, 긍정적인 평가로는 미국의 생산활동이 여전히 감소하고 있지만 둔화속도는 완만해지고 있어 변곡점에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주택가격 주식시장 그리고 국제상품가격 등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가까운 시일에 경기회복조짐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은 희망이 보인다는 오바마의 발언은 자신의 희망을 담은 전망이고 적어도 2010년까지는 성장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더 어두운 전망은 미국이 10년 불황을 맞았던 일본과 비슷한 경험을 앞으로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사람(케네스 로고프 하바드 경제학 교수)도 있다. 폴크르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경기회복 기대가 ‘시기상조’임을 주장하고 이를 뒷밭임하는 자료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산업생산, 주택착공 실적, 압류주택건수 증가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여타국가들 특히 EU국들은 전통적인 재정적 취약성 때문인지 이렇다할 희망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영국이 다시 IMF에 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세계경제가 하고 있다. 독일이나 불란서는 경제위기 극복보다는 차제에 미국의 경제적 패권을 뒷다리 거는데 더 관심을 쏟는 기분이다. 일본은 어려울 때 특유의 진득한 인내를 보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금년 1분기를 지나면서 경제가 더욱 침체의 늪으로 빠져가는 느낌이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그 효과를 너무 조급하게 기다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신통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인도는 경제보다는 정치상황에 몰두하고 러시아나 브라질 등 신흥국들도 밝은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2009년 4월 후반인 지금 세계 어디에서도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는 시원한 소식은 없다. 그러니 그동안 한국경제의 외환부족 위험성을 선전하다시피 전망하던 영국의 피낸셜타임스나 에코노미스트지 들이 3월을 보내고 4월이 중반을 지나는데도 한국경제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되자 머쓱한 표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자기네 나라 영국의 외환위기가 IMF로 가는 것 아닌가하는 전망이 나오게 되자 스스로 망연자실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단기적으로 한국경제가 그들의 악의적 전망에 따라 원화의 환율이 크게 절하된 덕분에 수출이 상대적으로 덜 줄게 되고, 증시도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덜 충격을 받게 되자 한국경제가 위기탈출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평가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경제에 봄날이 온 것은 아니다. 현재의 증시회복은 과잉유동성에서 비롯된 것이고 서울 일부지역의 부동산 거래확대도 돈이 갈 데가 마땅치 않아 생긴 일시적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수준이나 거래량도 그리 의미심장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된다. 수출은 환율의 안정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전만 못할 것이 뻔하다. 다른 나라의 수입수요를 당장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러니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를 기대할 수 없고 자산소득과 피용자보수의 증가를 기대할 수도 없으니 소비가 늘 것을 바랄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경제의 구조조정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그러니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고용시장의 붕괴이다. 실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고 그것을 흡수할 생산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
여기에 한국경제의 목을 죄는 것이 한국의 안보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실험에 이어 6자회담 탈퇴, 남북통로하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의 자의적 관리와 함께 ‘서울이 50km 밖에 되지 않는 것을 남한은 알아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군사도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국가적 안보위협 앞에서 한국 국회는 패거리 이익을 위하여 오히려 안보상황을 이용하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한시가 급한 추경예산의 처리는 뒷전에 쳐져 있다. 이명박정부는 PSI 처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북한의 위협에 이리 끌리고 저리 끌리는 결연성이 없음을 연출하고 있다.
이상에서 한국경제가 지난 6개월 동안 세계적 경제위기 앞에서 정부가 잘 했던, 악의적인 한국경제평가에서 나타난 환율절하의 덕분이던, 지난 10년전의 IMF시기를 지나면서 한국기업의 재무구조가 그래도 개선된 덕분이던, 다른 경제에 비하여 그래도 선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위기에 처했을 때 한국인 특유의 절제와 결단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여기까지라고 보아야 한다. 보다 구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차제에 한국경제의 고질인 파괴적 노동활동이 근절되고 생산적 노사관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보다 개방되고 공정해야 된다. 개방경제를 살려 나아가되 그 취약성이라 할 수 있는 내수부문의 확충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일을 감당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전근대적인 권력구조를 가지고는 안 된다. 삼권분립은 권력의 분점을 목표로 하는데 그 운영에 있어서는 상대방과의 경쟁을 도입하는 방법은 없는지 연구해 보았으면 좋겠다. 한심한 정치권 밑에 유능한 정부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무엇일까? 21세기 자유민주주의의 발전방향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이런 산적한 일 들 앞에 한국경제의 막연한 봄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평가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