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4일 금요일

정책운용의 과단성

   9월 13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3.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7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0.25% 포인트를 인하하여 3.0%로 한 것을 생각하면 3개월 만에 다시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근의 경제가 하도 팍팍하게 움직이니 금리라도 인하하여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기대가 있었다.

   가계부채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함께 악순환의 흐름을 타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경기의 후퇴와 함께 높은 이자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대기업들은 돈을 싸놓고도 투자처를 찾지못하고 있고, 가계는 미래불안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금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나 아니면 1% 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를 상정하여 보면 성장률은 제로나 마이나스가 될 듯 싶다.

   추경편성을 할 수 없다던 정부는 금주 들어 5조 9천억원을 풀어 소위 '내수활성화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실망스럽다는 것인 일반적인 평가인 것 같다. 부동산경기 진작을 위하여 팔리지 않은 아파트를 금년 말까지 사는 경우 취 등록세를 경감한다든가, 부동산양도소득세를 면제하여 준다는 내용은 대상을 미분양주택으로 국한하는 바람에 기대에 못미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연말까지 근로자의 소득세의 일정률을 징수유예한다는 조치도 결국 내년소득의 조기활용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므로 별로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가보다. 정부가 미세조정에 무게를 두고 과감성이 부족한 조치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소위 '하우스 푸어'의 금리부담을 완화해 준다고 우리은행에서 신탁 리스방식(trust & lease back)의 지원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판매 리스방식(sale & lease back)을 원용한 것으로 효과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그 대상이 거래기업중 일부인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수혜가 크지 못할 것 같다. 그나마 다른 은행들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반대로 국민은행같은 곳에서는 은행이 고객을 돕기는 커녕 절손이 난 저축액을 남의 저축으로 충당해 가는 일반적인 금융사기행위가 이 어려운 때 일어났다는 보도가 나와 울분을 사게한다. 비가오면 우산 걷어간다는 속담처럼 은행은 경기침체 하에서 오히려 거래자 특히 중소기업자의 목을 조이고 있다. 대기업은 신문에 나는 것처럼 포항제철이 추석을 앞두고 거래기업에게 선불금을 주는 그런 선행의 백기사가 아니다.

   금융기관의 자금을 써야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3%는 남의 나라이야기 같다. 은행을 거래하는 기업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기타 제2금융권 그리고 사금융권의 이자는 차마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무겁다.

   반면 얼마나 많은 대기업들이 그들의 거래기업을 종 부려먹듯하고 계약, 단가, 자금 등에서 횡포를 부리고 있는지는 당해본 사람만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경제민주화한다고 대기업 때리기에 정치권은 앞장서야 표가 나올 판이다.

   개인이던 중소기업이던 자금이 쪼들리는 사람들은 어디를 처다보아야 하나? 은행, 거래대기업? 아니다. 그래도 쳐다볼만한 곳은 정책당국밖에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시장모습의 모두는 아니다. 그래도 지금과 같은 경제침체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시장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금리동결이 미안했던지 1조 5천억원인가 하는 규모의 돈을 풀어 어려운 기업의 금융채무를 갈아타게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우선 그 규모에 놀랐다. 한국은행이 안하던 짓하려면 좀 제대로 하지 푼돈같은 규모의 지원액을 놓고 생색 내려하는 것 같기만하다.

   공교롭게 미국의 FRB는 3차 양적완화조치를 오늘 발표하였다. 매월 400억달러치의 주택담보채권(MBS)를 사준다고 한다. 그러면 기존 장기채지원을 위한 채권매입방식(operation twist) 450억달러와 합치면 850억 달러가 된다. 그리고 3차양적완화조치는 시한을 무기한으로 하여  그 규모가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 동시에 저금리기조를 2014년에서 2015년까지 연장한다고 하였다. 옳고 그름을 떠나 매우 적극적인 접근방식으로 판단된다.

   유럽중앙은행(ECB)도 9월 6일 '무제한 국채매입(outright monetary transaction program)' 조치를 발표한바 있다. 미국보다는 이유국가들의 국채매입에 의한 경기부양조치에는 많은 유보들이 있지만, 아무튼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점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할 것이다.

   최근 어느 기관에서 세계중앙은행총재들의 업무능력을 평가한 보고서가 나왔는데 한국은행 총재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 이유는 한은 총재가 청와대에서 하는 정부 정책논의에 참여하여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하였단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비단 이런 형식적인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그 보다는 오히려 과연 중앙은행이 시장의 요구를, 시장의 시그널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즉각적인 대처를 하느냐 하는데 평가를 맞추어야 할 것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취한 재정의 건전성 확보나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자세는 높이 살만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수활성화조치는 그 깊이나 고뇌가 좀 부족한 것 같다.

   지금 세계적인 경제의 흐름이나 한국경제구조를 좀더 심도있게 접근하여 그에 상응하는 진지한 정책대응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 경제구조에 대한 세밀한 분석, 중장기적인 미래예측, 그에 상응한 종합적이고 구조개선을 통한 발전잠재력확보 대책이 나와야 한다. 현재 정치권에서 들고 이러선 경제민주화같은 정치슬로건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 또한 단기적이고 임기응변적인 정책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정책당국은 좀더 무게 있게 그리고 구조적으로 현실을 타개하고 장기발전기반을 구축하는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

   후기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국가운영의 기본은 경제 그것도 번영에 맞추어져야 한다. 그것이 국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 기본 이념같은 것은 이미 뛰어넘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 같은 정치이념은 이제 더 이상 한국사회 발전의 아젠다가 될 수 없다. 남은 것은 한국사회에 번영의 길을 열어주는 일이 남아 있다고 할 것이다.

   이제 이명박정부 말기 몇개월이 남아 있다. 이명박대통령은 정치권을 더 이상 처다볼 필요가 없다. 오로지 흐트러진 발전잠재력을 추스리고, 좀더 구조적으로 개선된 경제를 다음정부에 넘겨주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같은 시각에서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은 좀더 진지하고 고민에 찬 정책대응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기대한다. 시장의 시그널을 보고 용기있는 정책대응를 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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