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시대은 끝났다'고 4년전 이명박대통령 당선자는 외쳤다. 그리고 그의 임기 마지막 연도가 다 되어가는 오늘 과연 이념의 시대는 끝났는가? 아니다, 아니면 모르겠다, 중 답이 있을 것 같다.
이념이 무슨 뜻인가? 사전에 의하면 '이성의 판단으로 얻은 최고의 개념'이라 쓰여 있다. 이 대답도 알쏭달쏭하다. 이념이라는 단어에 좌파 우파를 붙이게 된 연유가 불란서 의회 회의장 좌석에서 좌측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급진적이어서 이들을 좌파로, 그리고 보다 보수적인 우측 좌석 인사들을 우파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역사 이야기이다. 보수의 반대개념이 진보가 되니까 급진적인 무리를 진보좌파라 부르게 된 연유가 되었다.
진보(progressism)라는 개념을 정책의 개념으로 쓸 때 개혁이라고 한다. 개혁은 다시 현실의 토대위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을 reform이라고 하고, 현실을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자 할때 이를 revolution이라 부른다. 한국적 현실에서 출발된 진보좌파는 사회주의 더 나아가 북한공산주의로 이해되기도 한다.
한국의 진보좌파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북한공산주의, 종북좌파 등으로 개념규정 되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리의 행동양식에 따라 이런 부류 어디엔가로 분류될 수 있다는데 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보수우파는 현실유지(Status quo) 내지 점진적 개선(Improvement, reform)을 선호하는 무리들이라고 이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는 어느시대 어느경우 든 존재하는 현실 무리를 말하지만, 진보좌파는 성격상 그 존재가 보다 확연하고 보다 존재가 선명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현실적 논쟁이 지속되고 충돌하는 현실을 우리는 이념의 시대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진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자기 이익 추구만을 위하여 언동이 과격할 때 일반적으로 이념의 시대라고 부른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개념규정 범주 속에서 오늘 한국 사회를 재단할 때 이념의 시대는 과연 끝났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보좌파의 목소리와 행동은 지금도 한국사회에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기 무리의 이익만을 위하여 소리지르고 행동하는 양상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이번 한미 FTA 국회비준과정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소위 진보좌파 세력들이 집권하였던 노무현 전대통령 재임시 그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내세우며 홍보하던 한미FTA를 이명박정부가 들어와서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이를 결사반대하는 자세를 보인 것은 집단이기와 급진이념의 발로로 볼수밖에 없다. ISD 규정도 자기들 할 때는 아무 문제 없다가 이명박정부 들어와서는 결사반대한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는 변명은 국가운영자의 자세가 아니다. 한미 FTA가 한국의 주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을사늑약과 같은 것이라고 어거지 쓰는 인사는 몇달 전 왜 한 EU FTA 때는 가만이 있었나? 경제협력을 하자는 경제협정이 주권과 어떻게 관계가 있나? 그런 인사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이유에서던 삼권(三權)중 한 축을 담당하는 국회의사당에 체루탄을 터트리는 자세는 급진을 떠나 범죄이고 그 무리를 빼 놓은 절대다수의 한국인들이 한국인임을 잠시 부끄럽게 만드는 처신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진보좌파는 이미 그 존재를 여러번 들어내 놓았다. 쇠고기파동때 촛불시위하던 그 무리들은, 미국 쇠고기 먹으면 죽는다고 철부지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그런 인사들은 그동안 미국 쇠고기 먹고 잘만 살고 있지 않나? 이상한 인사 하나가 남의 회사에 들어가 불법시위하는데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집단 시위하던 그 인사들은 천안함에서 희생된, 연평도 폭침에서 나라위해 몸바친 인사들에게 희망버스라는 찬란한 이름이 아니더라도 시내버스라도 타고 가 나를 지켜줘 고맙다고 머리 숙여본 적이 있는가? 종북세력들은 최근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북한의 실상과 북한국민들의 불만 가득한 저 절규를 한번도 들어본 일이 없단 말인가? 이것이 최근 한국의 진보좌파 진영의 실상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정당이기를 포기한채 민노당 등 사회주의 그룹과의 합종연행만 오매불망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에 큰 기여을 했다는 20, 30,40 세대가 진보좌파라고 착각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는 시간이 가면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념의 시대는 끝이 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불구하고 나는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고 평가한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좌파가 아직 상당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서리 지난 끝무렵 배추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세상은 이념이 아닌 복지 행복이 중심가치가 된 세상이 되었다. 그것은 경제적 번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번영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되지 못하지만 선결의 필요조건임은 틀림없다. 어느나라에 지금 이념적 지배가 우선하는가? 김정일이 지배하는 북한을 빼고는 세계에 없다. 어떻게 하면 국민을 잘 살게 하고 복지가 풍부하고 행복하게 만들까? 이것이 현대국가의 운영전략이다. 과거의 좌 우이념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북한의 대남 위협도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서리 맞은 배추잎 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이미 서리를 맞아 다시 푸르름을 안고 일어나기에는 철이 지났다. 백성의 행복은 고사하고 먹이지 못하면서 핵무기를 가진들 대승적으로 보면 장기적으로 무슨 그리 큰 위협이 되겠는가 하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자 이제 우여곡절을 거쳐 한미 FTA가 국회인준을 받았고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경쟁을 하는데 왜 어려움이 없겠나? 왜 우리에게 불리한 부문이 없겠나? 그러나 그런 것을 극복하고 이기는 것이 경쟁시대의 국가의 진운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구매력기준으로 일인당 소득이 EU국가 평균을 앞질렀다. 세계를 다녀보면 한국의 발전상에 우리 스스로 놀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우리의 앞날이 보장된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하기에 달렸다. 그러나 과거 우리는 아무리 용을 쓰고 노력을 해도 우리의 구조가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우리가 따라 잡고 오히려 앞서 나아갈 수가 있다.
필자가 정부에서 경제기획국장 시절 제4차경제개발5개년계획을 만들면서 하도 답답하여 한국경제가 언제 영국의 일인당 GDP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를 장기예측을 해본 일이 있다. 당시 한국은 7~8%의 고속성장을 하고 영국은 2~3%의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1970년대 중반 모수인 한국의 경제규모가 영국에 비하여 워낙 크게 차이가 나 장기시뮬레이션으로도 이를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작은 규모의 국토와 많은 인구가 경제발전의 부담이었지만 지금은 인력이 자원이다. 한국인의 특성인 창의성과 역동성이 새로운 지식경제시대에 가장 알맞는 코드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역국가인 한국이 FTA를 하는 것은 우리의 활동무대을 키우는 것이다. 그 무대가 겷고 만만한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버거운 상대와도 싸워 이겨야 살아갈 수 있다. 경쟁해서 이겨야 발전한다.
우리가 무서워서 WTO의 DDA 협상에서 우리는 한국의 쌀을 자유무역대상에서 제외시키느라(관세화 대상에서 제외하느라)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였는지 모른다. 안으로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정부에서 줄줄이 농촌지원에 수십조의 지원금을 지원하고, 대신 필요하지도 않은 많은 외국쌀을 사왔는지 모른다. 만일 일본처럼 일찍 쌀을 관세화하였으면(일본은 DDA계획보다 2년 앞당겨 쌀을 관세화하였다) 경제적으로 큰 이익이 되었을 것이다. 반대로 김대중대통령 시절 미국의 영화쿼터 확대에 연화계에서 필사적인 반대를 하였지만 개방을 한 지금 우리 영화계가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는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세계화 된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이 경쟁이다. 이것이 국민을 잘살게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인 경제적번영을 가져오게 하는 국가운영의 전략인 것이다. 이제 진보 보수가 싸우는 정치적 이념의 시대를 접어야 한다. 새롭게 맞이한 FTA 시대에 경제적 경쟁을 앞세우는 사회적 이념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거저 잘 살아진 것이 아니다. 우리 선배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가 오늘이라면, 우리는 오늘의 경쟁 앞에 신발끈을 다시 매는 각오로 출발해야 한다. 후대들에게 자랑스런 선배가 되기 위해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