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4일 수요일

정치논리에 함몰된 세제개편

   2013년 8월 12일 박근혜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준비한 종합세제개편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하였다. 물론 아직 국무회의의 의결 전 준비과정이지만, 이미 당정협의와 국회를 통한 상임위원회 야당의원들과도 소통을 한 기본안이 야당과 언론에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대통령이 나서서 진화를 하는 모양새를 가추면서 원점회귀를 지시한 것이다.

   이 일을 책임진 기획재정부는 '멘붕' 상태로 되었고, 정치공세를 잔뜩 준비한 야당은 공격타겟이 사라지자 관계자 문책요구를 하고 나오고 있다. 이러자 여당의 약삭바른 국회의원 중심으로 현 경제팀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오고 있다. 이미 관심사는 세제개편의 내용이 아니고 누구누구를 내쳐야한다는 정치공세로 들어가 있다.

   대통령의 말씀 중 이미 함의가 깔려있는 국민과의 사전 소통 부족을 이유삼아 여야 정치권 그리고 일부 언론에서는 현 경제팀의 무능력까지 문제삼으려 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기획재정부는 부랴부랴 조정안을 만들어 지시를 받은 다음 날 8월 13일 오후 당정협의에 보고하였고, 거기서 과세기점을 당초안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상향되고, 고소득계층에 대한 징벌적 증세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아직 정부 안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무슨 변화가 또 나올지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논쟁의 초점은 큰 수정을 가한 결론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자 그렇다고 해서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고 정부나 여당안을 지지하고 나서는 정치권이나 언론은 없을 것이 뻔하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첫째, 과세기점을  5500백원으로 상향하였다고 해서 소위 '거위 깃털 뽑기' 분쟁이 사그러드느냐? 아니다. 여전이 남는다. 5501만원대의 소득계층에서는 왜 하필 나인가? 나는 살기가 넉넉한 줄 아느냐? 언제나 한계계층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둘째 이름이 보편적 복지던 선별적이던 대세는 보편적 복지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현재 한국의 복지개념이다. 선거기간중 남발되고, 다다익선으로 치달았던 정치공약에 대한 정돈이 없이 무턱대고 재원염출을 한다면 과세기점을 오히려 '개세'원칙으로 가야하는데, 연소득 3450만원은 가난한 계층이니 부담에서 제외한다고 한다면 이것은 복지공약을 손대야 하는 것이 옳은 접근방법이 된다. 그것을 정치적으로 5500만으로 상향한다면 과제부족분 연 4400억원(추산)은 어떻게 보충하나? 또 그렇다면 5499만원 소득자는 가난한 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나?

   셋째 다른 쪽에서는 도대체 대통령이 한마디 지시하니 하루밤 사이에 과세기점이 60%나 상향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다른말로 하면 세제개편정책이 이렇게 가볍게 정치적고려에 의하여 크게 뒤바뀔 대상인가 일반인들은 의아할 것이다. 그러면 왜 5500만원인가? 1억, 아니 10억으로 하면 대부분 모두 세금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정책의 신뢰가 무너지는 대목이다.

   현재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복지를 하려면 절대빈곤을 제외하고 모두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물 위로 올라온 복지혜택만 정치공약으로 내 걸고, 물 밑의 세금정책은 감추어 놓는다면 그것은 정치사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민주당은 알아야 한다. 그것을 누더기로 가려놓은채 3450만원 과세기점이 가난한 유리지갑이라고, 부당하다고 백만 서명운동을 버리겠다고 으름자장을 놓는다. 그것이 무서워 대통령은 원점회기를 명한다. 그러니 하루밤 사이에 과세기점을 60% 상향하는 정책을 내 놓는다. 모두 경제정책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무책임하게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여, 또는 고소득 탈세 중과도 실체를 전망할 수 없는 말작난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책임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또 이 경우 고소득 세금탈루자는 나만 재수업게 그러냐 불만이고 정치권에서는 왜 더 징벌적으로 하지않느냐고 불만을 터트릴 것이다.

   그렇게 하위소득계층의 세금 걱정을 하는 국회는 2012년 자기들의 소득수준을 종래의 차관급 수준에서 장관급수준으로 일거 대폭 상향조정하고, 그것도 모자라 꼼수를 써서 세금 내는 기본급은 3.6% 인상하고 기타 활동비를 60%가까이 상승시킨바 있다. 언제부터 국회의원이 장관급 봉급을 타지 못하여 일을 잘 못하였나? 업무활동비는 소득이 아닌가? 제눈의 들보는 보지 않는 정치권부터 고소득권으로 징벌적으로 과세하고 담세해야 할 것이다.

   넷째 공격대상을 잃은 정치권이나 언론들은 현 경제팀을 교체하라고 외쳐댈 것이다. 자 그래서 새 경제팀에서 세제개편안을 다시 만든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느냐 하면 그것은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오히려 관료들의 정책전문성 만 회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일이 이렇게 뒤틀어지게 된 가장 큰 책임은 박근혜대통령에게 있다. 원천적으로 따져올라가 복지,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면 그에 맞는 대응책을 강구해야하는데,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를 감당할 대안을 마련하느라 여섯달을 밤낮없이 고생해서 만들어낸 대안을 마치 남의 일 보듯 내쳐버린 것이다. 취약계층의 유리지갑을 열게하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야당정치꾼들이 반대서명운동하겠다고 하니까 이게 무서워 대통령은 도망치고 만 결과가 되었다.

   그러면 대통령은 그동안 기획재정부에서 준비한 세제발전심의회 의안 내용도 비서진으로부터 보고 받지 않았단 말인가? 이번 세제개편의 목적이 무엇보다 공약사업 수행을 위한 재원마련이 목적이라는 인식도 대통령은 없었단 말인가? 공약사업으로 말이 138조원이지 이것이 어떻게 지하경제를 현실화하여 보충이 될만한 것인가?

   나는 박근혜대통령의 지지자이다. 그분의 확실한 국가관 그리고 안보관을 지지한다. 취임 이후 박근혜대통령은 대미 대중외교에서 괄목할만한 족적을 남긴 분이다. 현안의 남북관계, 대일관계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정세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 중 중요한 것은 경제다. 그 앞에 경제정책이 있다.

   경제정책의 핵심은 전문관료들에게 맡겨야 선진국이 된다. 역대 대통령 중 관료의 전문성을 외면하고 불신한 대통령이 성공한 예는 없다. 경제정책이 정치논리로 휘둘리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경제논리를 정치논리에서 지켜주는 디딤돌은 대통령의 책무라고 할 것이다. 루이14세의 정치공약에 맏서 경제정책의 기본을 지킨 콜베르 당시 재무장관을 후인들이 칭송함은 바로 경제정책의 '신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