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석달의 외도에서 돌아오다

지난 9월 1일부터 11월이 다 간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석 달간 나는 생각지 않던 카자크스탄 관련 일을 하느라고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다 보니 여중재에서 답답한 이야기를 나눌 겨를이 없었다. 물론 그것은 변명이 반은 섞인 것이지만 사람이 어떤 일에 몰두하다보면 일상의 일을 돌볼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된다고 구지 변명한다.

그러니까 8월 중순 KDI 원장이 카자크스탄과 지식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s, KSP)을 하는데 그곳 정부에서 상주경제고문을 요청하는데 갈 의향이 없느냐는 제의를 받고 바로 내가 옛날에 하던 일이므로 흔쾌하게 수락하고 다른 KSP단원들과 함께 9월1일 카자크스탄으로 떠나게 되었다.

생전 생각해보지도 않던 북쪽 땅 끝 마을을 찾은 나는 한편 감탄하기도 하고 한편 한심한 생각을 하면서 만 한달을 그곳 수도인 아스타나에 있는 릭소스(Rixos)호텔에서 고독한 생활을 시작하였다. 단원들은 일주일 후 모두 돌아가고 혼자 남은 나는 아침 그곳 경제부 산하 경제연구소에 출근하여 하루 종일 사람 맞나고 회의하고 저녁 여서 일곱 시 경에 호텔로 돌아와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는 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9월 29일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나는 다시 11월 10일 단원들과 함께 금년 마지막 연구마감회의를 한다고 카자크스탄을 찾았다가 14일 귀국하였다.

그곳에서의 경제고문 일은 너무나 간격이 큰 경제시스템으로 인하여 제대로 하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그들(산업부, 경제부, 경제연구소)에게 많은 교육효과는 있을 것 같다. 그들이 기대하였던 2010~2014기간동안의 국가주도 산업혁신5년계획(Enforced innovative industrial programs)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기본적으로 카자크계획은 과거 소비에트 계획의 잔재가 남아 있는 계획성격이기 때문에 한국이 가지고 있었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종합적인 유도계획(Indicative plan)과는 거리가 멀다. 유사점을 찾는다면 우리 유신 때 하였던 중화학계획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권유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의 전통문화인지 배우려는 자세보다는 남을 부려먹는 데 익숙한 것 같은 문화에 실망을 하고 돌아왔다. 갑자기 부자 된 졸부가 돈으로 부려먹던 외국컨설팅회사를 대하는 듯한 그들의 모습이 역겹고 자존심이 상하였지만 그래도 나 개인적으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상상해보지 못한 설원의 북극을 경험한 것도 큰 개인소득이다. 틈나면 그곳의 경제 사회에 대한 나의 관찰(observations)을 정리하리라.

이제 본연의 일로 돌아가 열심히 오늘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글을 쓸 것이다. 연내 50꼭지는 써서 한 묶음으로 정리하고 내년 새로운 출발을 하였으면 좋겠다. 그리될지 자신은 없지만 시간시간 순간순간을 아끼면서 내 생활에 충실히 할 것을 스스로에 약속하면서 외도에서 돌아온 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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